하이퍼네트의 실패에서 배운다.

failhyper

유저에게 무료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하이퍼 시스템>으로 일약 주목을 받은 벤처기업이 있다. 주식회사 하이퍼 네트- 우리나라와 미국에도 자회사를 설립,뉴 비즈니스 대상을 수상한 이 기업은 97년 12월,부채 37억엔으로 파산한다.

불과 2년 사이에 정상에서 밑바닥까지 맛보았던 이 회사의 사장은 이타쿠라 유이치로이다. 이타쿠라 유이치로는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리고,앞으로의 디지털 벤처에 대해 어떤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가? 그 해답을 풀어 본다. 다음은 핫와이어드 제펜과 유이치로와의 대담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하이퍼네트가 도산하게 된 최종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먼저,경영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벤처 디지털이라고 불리는 기업은 경영자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기술은 잘 아는데 기획력이 없다든지,특히 자금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디지털 분야,특히 인터넷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마케팅을 공부했건,기술을 공부했건 간에 모두 이론적인 경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이퍼네트 도산의 직접적 원인이 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인상은 그당시 논리적인 판단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은행이 인상을 요구할 때에 거기에 대한 적절하고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처럼,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우리들은 너무 이론적으로만 움직입니다.

특히,일본의 비즈니스에는 논리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이퍼네트에는 MBA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회계사도 있었습니다만,큰 기업의 운영 원리나 일본 특유의 관습-경험으로 밖에 배울 수 없는-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적인 조류를 잘 이용했다고 보십니까?

창업 당시에는 Windows95가 발매된 무렵이고,인터넷 붐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으며,벤처회사에 은행이 많은 대출을 해주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미국처럼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인터넷 비즈니스와의 교류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단계였으므로 어린 아이처럼 작은 병이 걸려도 죽을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시대적 흐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시기적 조류를 잘 이용할 수 있을까요?

벤처 비즈니스라고 하는 말은 일본밖에 없습니다.미국에서는 말하는 Growth small size business라고 하는 개념에 해당합니다.

개념적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앞으로 확대될 시장에 새로운 스타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사업 정도가 되겠군요. 이것은 마치 도박과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도박 아닙니까?

머리 속에는 100%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된 경영리소스가 없다면 중도하차 할 것이 뻔합니다.

경영리소스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경영리소스라는 것은 돈과 사람입니다. 이것이 회사의 에너지,가솔린이 됩니다.회사는 이 두개의 축으로 움직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인적구성에서는 대단히 튼튼한 면모를 보이고 있으나 재정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증자에 의한 재정을 중심 축으로 삼는 것이 정답입니다. 융자는 빌려주는 입장에서 보면,언젠가는 되돌아 오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은행의 융자는 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해 이 기업이 리스크가 큰지,향후 성장은 어떠할지 보다는 작은 융자와 그에 따른 책임도 최대한 작게 유지하려고만 합니다.

지금 은행의 융자는 년 1%정도의 이득을 봅니다. 투자라는 것은 되돌아 올 수 있을지,없을지 모르는 것입니다.즉,리스크는 크지만 되돌아 오는 것도 크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융자와 투자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하이퍼네트는 증자할 수 있었습니다.그런데,여러 가지 이유로 융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고,은행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식을 공개하지 않은 회사에는 통상 은행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결국,시작은 개인보증으로 하고 증자를 되풀이 하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실리콘 벨리에는 여러 투자회사 들이 있습니다. 투자자는 10개를 투자해서 9개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9개가 실패하고 나머지 1개가 성공하면,그리고 그것이 100배가 되면 전체로 보았을 때는 플러스가 되는 것이므로 그것을 기초로 해서 투자의 방향을 잡아갑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문화의 차이라고 말해버릴 수도 있지만,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의 비율이 미국과 일본에서는 차이가 많습니다. 일본은 정말로 간접금융의 나라입니다.

그런데,미국은 직접금융이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Yahoo!도 손정의 회장 같은 직접 투자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주가상승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일본이상으로 미국도 많은 기업이 생기고 흡수합병 되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보다 3배나 많은 회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손실되는 금액도 몇 십 배에 달하고 있지만 그래도 쓰러지는 기업보다 창업하는 기업이 더 많고, 성공할 때의 이득이 막대하기 때문에 저나라는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이퍼네트가 증자가 아닌 융자에 의존한 까닭은?

일본의 기업은 경영자=소유주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소유주 비율에 구애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증자하고 싶지 않게 됩니다. 증자한다면 자기 소유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 스스로는 한푼도 내지 않고 인베스터를 모집하고,인베스터는 경영에서 빠지고 자신은 경영을 합니다. 경영자는 스톡옵션으로 증자를 했을 때 커다란 이득을 볼 수 있고,그렇지 않을 경우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니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고,증자가 필요하면 증자를 합니다.

왜 일본의 벤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일본은 벤처 캐피탈이 명확히 없기 때문에 자기 집,차,부동산 등 모든 것을 담보로 걸어야 은행에서 융자를 받게 되고 그것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오너의 자리도 위협 받고,소유주 점유율도 떨어뜨리는 바보오너가 있을까? 그러니까 좀처럼 대부분의 주식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51%이상 건네주고 나면,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나는 기업 그 자체,경영 그 자체가 하고 싶기 때문에,돈을 융자 받지 않고 돈은 전부 투자자를 모집하여 운영을 하고 싶다.물론 언제든지 해고 될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무너지면 자살까지 하는 경영자는 있어서는 안되고,그렇게 만드는 경영환경은 하루 속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쿠라씨는 일본도 미국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군요?

세상의 흐름은 일본식에서 미국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경쟁자와 싸우고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과 같은 동일한 질의 가솔린이 동일한 양만큼 지급된 다음에야 아이디어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것을 일본에서 조달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일본에도 투자가는 있다.하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국 은행돈을 써야만 한다. 서서히 미국처럼 변해간다고는 하지만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본의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없습니까?

오히려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벤처 캐피털마저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벤처 캐피털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열회사이기 때문에 은행이 자금을 꽉 쥐면 동시에 벤처 캐피털도 꽉 움켜쥐게 됩니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은 대규모가 되면 될수록 독립적으로 되기 때문에 투자가 점점 더 전문화되고 투자금액도 상승했습니다.

그러면 이타쿠라씨의 생각으로는 일본에서 디지털 벤처기업은 당분간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그런 것만은 아니다.제가 지금까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군요. 자신의 경영스타일과 경영리소스와의 궁합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처럼 자라고 있는 회사가 은행에 의해 푸념이 늘어나고 경영위기를 맞게 되는 인프라의 부재를 말한 것입니다.

착실한 벤처 캐피털이 등장하고,투자자를 모집하고,기업의 능력을 투명하게 평가한다면 잘못 되더라도 경영자에게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주에게도 책임이 생기게 되고, 이것을 사회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면 실패를 경험해본 인간이 많이 생기게 되고,다른 회사에 흡수되고 또 그 회사가 강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좋은 경제 유동성을 갖게 되어 일본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올리게 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벤처가 성공하는 나라는 그 한편에 그만큼 실패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그런 경험의 총체가 바로 오늘날 미국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속담이 있지만,저의 실패담이 경직된 사회를 바꾸어 가는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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