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진출하는 국내 브랜드들과 상담을 하면 가끔 곤란할 때가 있는데, “OO 제품에 대해 일본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에서는 요즘 인기가 있는데 일본에선 어떨까요?” 하는 유형의 질문을 받을 때이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고,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솔직히 모든 제품군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생각을 알 순 없다. 담당하고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 외에 접해보지 못했던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일본 잠재고객들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의 소비자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허공에 발을 디디는 것처럼 불확실한 방법이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브랜드의 마음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벌써 작년이 된 2023년, 데이빗앤대니가 운영하는 Ascent에서 오랜 노력 끝에 리스닝마인드라는 솔루션을 판매 개시했다. 그리고 작년 겨울에 일본어 데이터도 리스닝마인드에 탑재가 되어 일본 기업들에게도 판매를 시작했고, 일본 넘버 1 광고회사인 덴츠를 비롯, 고객들이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다시 위 질문으로 돌아가서, 특정 제품군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생각, 즉 잠재고객들이 제품이나 특정 브랜드에 대해 어떤 이미지들을 형상화 하고 있는지? 그러한 제품에 대해 불안(불만) 요인과 선택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잠재고객들을 어떻게 분류(페르소나)하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략(What & How)은 어떻게 가져가야하는지?에 대해서 리스닝마인드 덕분에 이제는 답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일본 진출에 대해 고민 중인 브랜드들에게 우리의 어프로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한다.
일본의 잠재고객을 이해하는 방법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은 한국과 겨우 2시간 거리에 있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이며 한국과는 정서적으로 여러가지 복잡함이 섞여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서와는 상관 없이 일본의 젊은 세대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아이돌, 그리고 뷰티 계열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반대로 반일감정이 존재하면서도 가장 많이 가는 해외여행지가 일본이기도 하고, 일본 관광청 통계에서도 방일 외국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이 한국인이기도 하다. 또 두 나라간 수입과 수출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3~4번째로 규모가 큰 무역대상국이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본 마케팅을 위해서, 일본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이해하기’라는 것에 대한 실무적 정의부터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비자 이해, 소비자 분석의 방법론은 구매 고객 대상 설문이나, 잠재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FGI 등이 전통적인 방법론이며, 데이터 기반 조사에는 구매 이력 데이터, CRM 데이터, CS에서 모인 데이터 등의 자사 데이터들과 소셜 상 클러스터 분석 등의 데이터들을 토대로 페르소나 이미지, 구매 이유, 자사 및 경쟁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설정하고 What to say, How to say를 결정하는 일련의 행위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브랜드라면, 퍼스트 파티 데이터가 아직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자사에 대한 언급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들이 있다고 해도 자사 고객 데이터 중심으로 해석을 할 경우, 시장 전체 소비자 이해는 한계가 있고, 소셜 데이터의 경우 근원적 동기보다는 본인 취향을 드러내는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잠재고객들의 순수한 니즈를 100% 보여주지 못한다.
리스닝마인드는 3억개 이상의 검색 데이터를 사용하는 솔루션으로 한국 검색데이터는 물론, 일본의 구글 + 야후의 방대한 검색데이터를 토대로 한국과 일본 소비자를 순수하게 이해하는 툴이다.
여기서 ‘순수하게’ 라는 의미는, 검색 데이터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데이터로, 타인에게, 가족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검색엔진에는 입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 데이터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욕구와 구매 여정을 살펴보는 것은 편향 없는 솔직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자, 일본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고, 마케팅을 올바르게 전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필자는 일본의 검색데이터를 재료로 해서, 한국 가습기 브랜드의 일본진출을 가정하여 분석해 보는 것으로 한다.
먼저, 일본 가습기 시장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일본의 가습기 시장은 코로나 시기 때 급격하게 성장을 하는데 이는 코로나 대책 중에서 적정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졌기 때문이다. 일본 가습기 대표 브랜드인 다이니치공업의 데이터를 보면 21년도에 20년 대비 7배가 판매되는 성장을 보였다.
일본 내 가습기 보급률은 65.6%(2021년 기준)로 주요 브랜드로는 다이이치, Daikin, Panasonic, Sharp, Hitachi, YAMAZEN, IRIS OHYAMA 등과 같은 가전 전문 기업들과 저렴한 아로마 가습기 제품을 판매하는 무지루시 등이 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습기의 가격대별 분포를 보면, 5천엔 이하대, 1만엔 이상 2만 5천엔 이하, 3만엔 이상 가격대로 크게 구분할 수 있고 주류 시장은 1만엔 이상 ~ 2만 5천엔 사이 가격대 제품들이 중심이라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가습기’ 일본 구글과 야후 검색데이터의 트렌드인데 가습기는 9월에 시작되어서 12월에 피크를 치고 3월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겨울철에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조금 다른 점은 한국은 12월 이후로 급격하게 꺾이는 데 반해 일본은 3월, 4월까지도 수요가 있다는 점으로, 온돌이 없는 일본의 경우 사실 12월보다도 2월, 3월이 더 춥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머릿속 들여다보기
본격적으로, 일본 소비자들이 가습기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인식)와 가습기와 관련되어 어떤 구체적 니즈들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기 위해 클러스터 분석을 돌려보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위 이미지를 보면, 일본어에다가 많은 정보들이 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들여다보면, 몇가지 주제들로 정리가 되는데 이를 보기 좋게 원형차트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이것이 일본 소비자들이 가습기에 대해 찾고 있는, 원하고 있는 것들이다. 가습기 > 전기세 (전기세에 대한 부담, 전기세가 적게 나오는 모델) 아래에 3.1%로 표시된 퍼센트는 전체 검색량 중 해당되는 퍼센트를 의미한다. (가습기와 관련된 전체 검색량이 100일 때, 이 중 전기세 관련 검색량이 3.1%)
퍼센트가 높을수록 그 주제에 대해 더 많이 검색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즉, 일본 소비자들은 가습기에 관해서, 손질(메인터넌스)이 가장 중요한 부분(15.6%)이고, 가습기 종류, 위생, 디자인.. 순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주제들에 대해 드릴 다운해 들어가면 잠재고객들의 니즈를 보다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질(메인터넌스) 주제에서 잠재고객은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 加湿器のフィルター不要タイプにはどのような商品があるのか?(필터가 필요 없는 타입의 가습기 제품은 어떤 제품이 있을까요?), 필터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 손질에서도 특히 필터 관련 질문들이 많은 것이 보인다.
만약 자사의 제품이 필터를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아니면 필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장치가 있는 제품이라면, 일본 시장에서 좋은 소비자 반응을 얻을 것이고, 이 포인트를 What to Say의 메인 포인트로 가져가야 한다고 결론지어도 무방할 것이다.
제품 선택요인 및 불만요인 알아보기
이번에는 일본 소비자들이 가습기를 구매할 때 선택요인과 불만요인을 파악해 보자. 구매요인 (선택요인)을 파악할 때는 ‘選び方(선택방법)’, ‘메리트’, ‘추천’ 등등의 쿼리를 같이 활용해서 데이터를 얻어야 하며, 이렇게 얻어진 가습기 구매요인들은 아래와 같았다.
3번째 요인인 면적 관련은 일본의 경우 아직도 크기를 다다미(畳) 단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방 크기(다다미, 畳)에 맞는 적정 가습량을 뜻한다. 가습량이 클수록 가격은 비싸지기 때문에 만약 자사의 제품이 경쟁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가습량이 높다면, 주요 소구 포인트로 활용하면 좋을 포인트다.
5번째 요인인 디자인의 경우, おしゃれ (고급감), 北欧 (북유럽)이 같이 검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일본 고객들에게 ‘고급스러운 디자인 = 북유럽풍 감성 디자인’을 뜻한다. 그런데 실제로 북유럽풍의 디자인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전문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진의 분위기 등을 일본 고객들이 생각하는 북유럽풍으로 갖추고 찍으면 OK.
아로마 같은 요인들이 조금 특이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것은 소형 가습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로마 향의 가습기를 표방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고, 특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무인양품의 아로마 디퓨저 가습기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불만 요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하면 가장 염려되는 포인트는 역시 ‘위생’과 ‘메인터넌스’ 측면, 그 다음으로 ‘전기세’, ‘젖음(濡れる)’, ‘소음’ 순으로 나타난다. 젖음(濡れる)의 경우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가습기를 사용할 때 방 바닥, 커튼 등에 물이 고이는 것에 대한 불만 포인트로 ‘가습기를 높게 설치하면 안젖나?’, ‘어떤 제품이 젖지 않나?’ 등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르소나 정의
페르소나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상의 인물사진, 이름, 나이, 라이프스타일 등등으로 구성된 포맷인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마케팅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통적 인식을 가질수 있게 돕기 위한 것으로 널리 사용되는 포맷이다.
그런데 만약 실제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FGI를 통해 페르소나를 정의하고, 현재 고객들이 원하는 추가 사항이나 불만 사항을 파악하는 용도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앞으로 대상으로 해야하는 고객을 추론하기에는 한계점들도 존재한다 (아래 관련글 참고).
관련 글 : 뉴페르소나: Jobs To Be Done과 페르소나의 결합
우리 고객은 누구?를 이미지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들이 추구하는 Goal’에 집중한 페르소나(Jobs To Be Done (JTBD))가 새롭게 진출하는 경우에는 더 적합한 방법론이라 생각한다. 구매요인, 불안요인 분석과 니즈(Goal)를 바탕으로 일본 가습기 잠재고객의 페르소나는 크게 3개로 정의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디자인 중시파
가습기도 인테리어의 일부로 생각하는 혼자 생활하는 독신 남녀로 넓지 않은 집에서 생활하는 타겟층.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비율도 거의 동일하며 나이대 역시 젊은 연령에만 국한되지 않고, 25세부터 54세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또 본인 사용이 아니라 선물용으로 구매하고자 할 때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가습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타겟도 일부 존재함.
제품 특성별로 보면, 아로마 미스트와 같이 연계된 제품을 주로 찾고 있으며, 주로 검색하는 브랜드로는 無印良品, フランフラン, ニトリ 등으로 디자인 중심이면서 가격대는 1만엔 이하의 제품들이 주류임.
주요 검색어로는 「おしゃれ」「リビング」「北欧」등의 복합 키워드가 많으며「インテリアになるかわいいデザインもおすすめ」「リビングの印象を良くしてくれる」「北欧インテリアにもあうおしゃれな加湿器」등의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가습기를 찾고 있다.
페트병도 괜찮아, 가격 중시파
예산이 부족한 30대 ~ 40대의 여성층으로 다이소 등에서 파는 3천엔 이하 저가격대 제품이나 페트병을 사용하는 USB 형태의 저렴한 모델을 구매하고자 하는 타겟층. 주로 검색하는 브랜드는 제조사보다도 다이소, 카인즈, ベルメゾン, 니토리 등의 저렴한 가구, 잡화, 가전을 판매하는 곳을 검색. 그러나 –
ダイソーの加湿器はどの程度の効果があるの?安価な加湿器でも効果は得られるの?등의 질문을 비추어 볼때 저렴한 가습기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불안 또한 가지고 있음.
청결과 메인터넌스를 중시하는 가정주부
가습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은 가정주부로 象印, 다이니치, 파나소닉, 샤프 등 가정용 가습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타겟.
주요 질문들로는 フィルターの交換時期はどのくらいなのか?加湿器の掃除をする頻度はどのくらいが適切なのか? 加湿器の掃除で気になるのは、超音波振動子の汚れですが、簡単に掃除できるのでしょうか?등 청소 및 관리에 대한 질문들이 존재하고, 관련 복합 검색어로는 久しぶりに使うとき, タンク, フィルター 등 가습기 각 부분에 대한 복합어들이 존재함.
加湿器 掃除 전후 맥락을 보면, 살균(カビ防止)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본 타겟층은 단순히 가습기 청소 뿐만 아니라 청결한 관리를 통해 곰팡이 등 세균 번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층이라 볼 수 있음.
커뮤니케이션 방향성 정의
지금까지 가습기라는 제품을 일본 시장에 마케팅 하기 위해서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 중요도, 구매 선택 요소들, 불만 요소들, 그리고 페르소나 정의까지 살펴보았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매체 전략일 것이다. 여기선 매체 전략은 생략한다. 일본은 글로벌 스탠다드한 마케팅 플랫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디스플레이라면 메타, 트위터, 구글 디스플레이가 메인이고 서치광고는 90% 점유를 가지고 있는 구글 중심이다.
일본 특유의 매체라고 한다면, 라인 메신저 광고, 아메바 블로그, 그리고 Lips와 같은 특정 버티컬 플랫폼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매체들이 일본에서도 메인이 된다.
매체전략만큼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다시 어떤 포인트를 소구할 것인가? 하는 What to Say와 어떤 크리에이티브 방법으로 접근할 것인가? How to Say로 나눠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소비자 분석을 통해 소구포인트(What to Say)를 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만약 우리의 제품이 손질이 매우 쉽고, 99% 살균소독이 가능한 가습기 제품이라면, 위에서 분석한 선택요인과 불만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들에 대해 강점을 갖고 있는 제품이므로 –
- 손질, 청소 (중요도 25.2%) : 식기세척 하듯 통째로 씻을 수 있는 가습기 / 丸洗い、皿洗いのように簡単に洗浄
- 위생 (중요도 16.4%) : 열소독으로 99% 유해성분을 살균 / タンクを丸ごと熱湯消毒で99.9%有害細菌を除去
즉 우선순위 1,2를 중심으로 소구 포인트를 잡고, ‘북유럽풍의 디자인’, ‘미국에서 OOO 판매된 인기상품’ 등을 3,4 포인트로 가져가면 좋을 것이다.
맺음말 : 일본마케팅은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부터
다시 이 글의 시작으로 돌아가서, ‘일본 소비자들은 어때요?’ 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 설명한 방법을 통해 분석한다면, 일본 잠재고객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해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올바른 마케팅 방향성을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일본을 잘 모르니까…’ 라고 말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일본사람도, 일본에서 평생 산 한국사람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잘 모르니까 알아서 해주시오’ 라는 접근이 아닌, 함께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해해 가면서 최선의 마케팅 전략과 실행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