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1일, 2일 도쿄 시내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유락죠에서 애드테크(ad:tech)가 열렸다. 애드테크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시드니, 도쿄에서 개최하는 세계적인 광고 이벤트로, 도쿄에서는 2009년부터 시작했다. 올해 글쓴이는 한•중•일 검색엔진 트래킹과 콘텐츠 퍼포먼스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자사(어센트 네트웍스)의 마케팅 솔루션을 들고 애드테크 도쿄 2015에 참가했다. 이번 애드테크 도쿄의 주요 세션을 중심으로 2016년 디지털 마케팅의 주요 화두로 강조된 포인트들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그 시사점을 정리해봤다.
‘애드테크 도쿄 2015’에 첫 번째 키노트 연사로 나선 WPP 그룹의 CDO(Chief Digital Officer) 겸 CSO(Chief Strategy Officer)인 스콧 스피릿.
그는 현재 광고 업계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 가지 키워드를 ① 콘텐츠, ② 테크놀로지, ③ 데이터로 꼽았다. 먼저 첫 번째 키워드인 ‘콘텐츠’에 대해 그는 “일부의 전문가가 콘텐츠를 생산•배포하고, 여기에 광고를 끼워 메시지를 전달했던 시대는 끝났다. 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이미 민주화했다고 말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테크놀로지’에 관해서는 “광고 관련 테크놀로지가 세분화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늘고, 카오스 상태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결국 페이스북, 구글 양강 체제로 집약되기 시작했다”고 정리하며, “WPP가 거래하는 상대방이 기업의 CMO(Chief Marketing Officer)에서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로 확장하는 동시에 광고 업체들의 경쟁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언급한 그는 “빅데이터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라고 할 수 없다. 기업과 대행사에 있어 데이터는 진정으로 큰 기회다”고 강조했다.스콧 스피릿의 키노트가 시사하는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 매니저나 마케터들은 디지털 정보 유통에서 간선도로 역할을 하는 검색엔진의 대표주자 ‘구글’과 국지도로 역할을 하는 소셜미디어의 대표주자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실행의 근거들이 데이터에 기반을 뒀을 때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째 날, 첫 번째 키노트: 연사 ‘헨리 메이슨(Henry Mason)’
‘애드테크 도쿄 2015’의 둘째 날이 밝았고, 첫 키노트 연사로는 글로벌 정보업체 트렌드워칭닷컴의 매니징 디렉터 헨리 메이슨이 나섰다. 그는 “모바일이 세계를 바꾸고 있지만,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유튜브에서 “어떻게 키스하는가?”와 같은 하우투 콘텐츠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을 그 증거로 내세웠다. 이뿐 아니라 그는 사람들이 특정 업계에서 받는 서비스(예: 쾌적함)를 다른 업계에서도 같게 받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객들의 기대감은 업계를 넘어 이행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버와 아마존 대시버튼을 언급했다.
2016년을 풀어낼 트렌드로서 헨리 메이슨의 키노트에서 글쓴이가 주목한 부분은 “데모그래픽(Demographic, 인구 통계학의) 고객 정의의 시대가 끝났다. 이미 고객 정의는 포스트 데모그래픽 단계로 들어섰다”는 주장이었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아이덴티티가 더욱 유동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도 브랜드가 아닌 소비자의 주도하에 이러한 것들을 정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그 조류에 발맞춰 전통적인 브랜드들도 소비자 주도의 라이프 스타일과 아이덴티티 정의에 맞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드링크 브랜드 웰치스가 힙합 뮤지션을 앞세워 컬렉션을 발표하고, 버버리가 메신저 라인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한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다음 그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매주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인 예를 들면서 “‘개개인’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이상으로 멋진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니, 작은 디지털 캠페인이라도 시작해보면 좋겠다”고 권장했다.
위 내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객을 정의하고 이해함에 있어 데모그래픽 접근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그의 통찰이다. 여기에 글쓴이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데모그래픽 접근을 통한 고객 이해의 한계를 인정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이 제공하는 많은 데이터를 분석, 고객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면, STP(세그먼트, 타깃팅, 포지셔닝), 4P(상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등 마케팅 전략의 각 부분이 더욱 풍성해지고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는 디지털 마케팅 영역을 넘어 기존 4대 매체에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나 PR, 그리고 오프라인 점포의 고객 접점까지 변화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헨리 메이슨이 이야기하는 ‘데모그래픽에 기반한 고객 이해의 종말’은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앞서 소개한 키노트 외에 올해 애드테크 도쿄에서는 퍼포먼스, 인터내셔널, 마케팅, 브랜드, 콘텐츠, 트렌드, 데이터 분야의 총 45개 공식 세션이 열렸다. 이 중에서 토쿠리키닷컴(tokuriki.com)이라는 블로그로 유명한 토쿠리키 모토히코(徳力 基彦)가 사회자로 나서고, 자동차 브랜드 닛산(日産), 코카-콜라, 주요 지상파 방송국 닛테레(日テレ), 일본 최대 광고 대행사 덴츠의 인물이 패널로 참여해 대담을 나눈 ‘TV 왕국 일본에서 장기적인 디지털X매스의 효과 측정을 생각해본다’는 세션은 상당히 주목할 만했다. 그들의 얘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TV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서 마케팅 업계의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의식이 미국에 비해 뒤처져있지만,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TV와 디지털의 연계를 모색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토론이 시사하는 바는 일차적으로 매스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 그리고 매스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프라인 마케팅 영역까지 관통하는 최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매스 마케팅, 특히 TV의 성과를 단순히 도달 범위와 횟수에 기반을 둔 GRP(Gross Rating Point, 총 시청률)로 따지던 효과 측정 방식을 바꿔 양뿐 아니라 질까지 측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매스 광고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음도 중요하다.
애드테크 도쿄 2015 전시 이벤트
전시회장에서는 한 가지 큰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모바일 동영상 광고 사업을 하는 ‘Five 주식회사’, 스마트폰에 특화한 여성 중심 프리미엄 광고 플랫폼 ‘Open8’, 일본 최초로 크로스 미디어(TV 광고와 스마트폰 동영상 광고)에 의한 브랜드리프트 효과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App-CM’, 인공지능을 활용해 크로스 디바이스 광고를 진행하고 있고 이미 구글, 인텔, 야후 등의 디지털 업계 리딩 기업들과 AI 분야에서 협력 중인 ‘Appier 재팬’도 참가했다. 이처럼 동영상 관련 기업의 참여가 많았다는 것은 기존에 TV를 통해 동영상이 보여줬던 영향력 이상으로 디지털에서도 그 영향력이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 이틀이었지만 이번 ‘애드테크 도쿄 2015’를 통해 2016년 일본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흐름을 대략 예측할 수 있었다. 더불어 글쓴이는 한국의 2016년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무척 궁금해졌다. 가까우면서도 사실 일본과 한국은 지난 몇 년간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 상당히 다른 트렌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2016년의 첫 장을 넘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