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의 집 복도를 걸어가면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몇 발자국 앞의 불이 환하게 켜지고 몇 발자국 뒤의 불은 꺼질 것이다.음악도 당신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영화나 뉴스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당신을 따라 다닌다…
당신이 평소 즐겨보는 드라마나 쇼 프로를 기억하고 당신의 요구를 미리 헤아리기까지 할 것이다.그러나 기술은 당신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알게 모르게 당신을 도와 줄 것이다…
필자가 96년도에 읽었던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에 나오는 빌 게이츠가 꿈꾸는 집 이야기다.사실 디지털 홈은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거리는 아니다.마치 언젠가 ‘달나라로 관광을 갈 것’이라는 진부한 예측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네트워크 디지털 홈은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2002 CES의 주제는 이 진부한 디지털 홈에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지난 1월 7일,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된 Keynote Speech를 진행한 3사의 대표 모두 네트워크 디지털 홈,그러니까 인터넷에 연결된 디지털화 된 홈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전 브랜드인 Philips의 CEO인 Gerard Kleisterlee는 “Reshaping Philips in 2002 and Beyond”라는 주제로 자사의 전략을 발표했는데 키워드로 들고 나온 것이 ‘Ambient Intelligence’로 네트워크 디지털 홈이 필립스의 2002 전략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은 미국의 유명 연예인과 함께 삼성의 미디어 센터를 주제로 Keynote Speech를 진행하였는데 역시 네트워크 디지털 홈이 주제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Freestyle 전략에 맞추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빌게이츠는 자사의 eHome 전략의 실행 버전인 Freestyle과 Mira를 발표했다.이것은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기로 하겠다.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PC와 가전의 ‘Convergence’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달나라 관광’만큼이나 진부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데 2002년 갑자기 네트워크 디지털 홈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트워크 디지털 홈이 이렇게 현실적인 그림으로 다가오는 배경에는 Broadband, Home Networks Solution, Internet enabled Devices 등 디지털 홈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들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만큼의 가격대로 근접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Cahners In-Stat Group에 의하면 Home Networks에 대한 실수요가 2002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Home Networking Market(Worldwide)이 2000년 482백만 불에서 2002년 2,085백만 불로 430%가 증가하고 2004년엔 5,992백만 불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드는 어떤 것일까? Yankee Group의 2000년도 조사-홈 네트워크 니드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가족간의 인터넷 동시사용,영화나 음악의 다운로드 하여 집안 어디서나 보고 듣기 위해,프린터 공유,Multi-User 게임 등에 활용 순으로 조사되었다.
네트워크 디지털 홈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3Com 같은 네트워크 회사는 Network로서 바라볼 것이고 필립스 같은 가전회사는 디지털 가전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런데,소프트웨어 왕국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네트워크 디지털 홈을 ‘엔터테인먼트’로 규정 지었다.그리고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스타 빌 게이츠를 내세워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우리 앞에 보여주었다.이 점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뛰어난 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엔지니어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소비자 친화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네트워크 디지털 홈에 대해 이야기 한 사람들은 대단히 많았다.
가전회사,3Com같은 네트워크 회사,심지어 MP3 제조회사도 각자 한마디씩 이야기했지만 누구도 이렇게 마치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현실적이고도 명쾌한 그림을 보여준 사람은 없었지 않았던가?
Freestyle, Mira, 그리고 Moxi
마이크로소프트의 네트워크 디지털 홈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코드로 구성된다.하나는 Freestyle이고 다른 하나는 미이라,아니 마이라(Mira)다. Freestyle은 PC(Windows XP)가 완전한 미디어센터의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easy-to-navigate 인터페이스와 리모트 콘트롤을 사용한다. Freestyle에 참여한 벤더들은 HP, NEC, 그리고 삼성전자 등이다.
특히 CES에서 보여진 것처럼 리모트 콘트롤을 사용하여 PC를 제어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빌 게이츠는 이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This is the idea of using a PC without sitting down at a keyboard”.그러니까 PC가 서서히 가전제품과 같이 쉬운 인터페이스를 지향하면서 좀 더 생활 깊숙이 자리잡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Mir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NET 전략 위에 무선으로 리모트 데스크탑을 제어하여 웹서핑,이메일,음악,디지털 이미지 등을 집안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Mira는 타블렛 PC형태의 Web Pad로 이것은 가정의 메인 PC와 연결되어 들고 다닐 수 있으며 타블렛 PC보다는 약간 크다.
현재 인텔,ViewSonic, Wyse Technology 등이 참여하고 있고 2002년 말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Mira의 정확한 가격은 아직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대략 타블렛 PC 가격과 비슷한 $2,000 수준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Freestyle과 Mira를 통해 PC OS가 가정의 전자 신경망 센터(Electronic Nerve Center)로 빠르게 자리잡는 것이다.이것은 .NET 전략이 가정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NET은 한마디로 Context라는 Value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형태는 Microsoft-hosted 서비스 기반 위에 다양한 서비스 가지들을 묶어서 그것을 활용하는 참여자들에게 일정 비용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물론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서 매우 밀착된 형태로 존재하면서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목적임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선 .NET이 집안 구석구석 파고 들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꿈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이 시장은 OS처럼 새로운 시장이 아닐 뿐더러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다 보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미 이에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으로 Moxi가 있다.필자가 Moxi를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로 Web TV의 founder인 Steve Perlman이 참여하는 회사라는 점, 그리고 AOL Time Warner, EchoStar, 그리고 폴 앨런의 Vulcan Ventures로부터 67 mil의 자금을 받고 있다라는 점, 세 번째로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빠르게 시장진입이 가능하다라는 점 때문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하면 Moxi는 빌 게이츠가 보여준 것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그러니까 TV와 DVD, CD Player를 무선 리모콘으로 제어하고 브로드밴드 인터넷에 엑세스한다. Entertainment Gateway로서 흠잡을 곳이 없다.
Moxi를 둘러싼 든든한 백그라운드도 Moxi가 Entertainment Gateway의 전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높여준다.AOL Time Warner, MusicNet, HBO, 폴 앨런의 Charter cable system, EchoStar가 모두 Moxi를 셋탑박스로 채용할 경우 셋탑박스의 standard가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싸다는 점이다.Moxi는 PC를 포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짊어지고 있지 않다.그냥 이메일을 보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정도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도 싸진다.현재 Moxi의 가격대는 $250 이하로 책정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강력하고도 무서운 회사다.그리고 빌 게이츠는 강한 승부사임에 틀림 없다.그러나 PC와의 Convergence가 그것을 이용하는 보통의 소비자들에게 Value로 다가서는지는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이제 잠 잘 시간이다.오늘 필자는 어떤 꿈을 꿀까? 200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