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27일,디지털 세대를 대표하던 디지털 스타,냅스터-아날로그 권력의 앞잡이 RIAA가 쏜 총탄을 맞고,현재 혼수상태…..아마도 깨어나지 못할 듯…..
사용자간 MP3파일을 공유,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던 냅스터가 미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음악교환 중계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이 사건은 국내외 모든 IT관련 미디어의 첫머리를 장식하며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냅스터 사건이 왜 중요한가?
실제로 냅스터는 전세계 2000만명 이상(냅스터 사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 했는지 파악하기 힘든 정도)의 음악 애호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그야말로 디지털의 엘비스 프레슬리다.
냅스터가 데뷔하자마자 열광적인 팬들은 밤잠을 거르며 그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네트워크에 큰 장애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몇 개의 대학은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냅스터 열풍과 법정 공방전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냅스터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거대한 권력다툼의 핵심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그리고 향후 P2P의 발전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추리소설로 따져 본다면 일종의 원한관계에 의한 얽히고 섥힌 연쇄살인 사건이라고나 할까?
디지털 다윗과 아나로그 골리앗의 싸움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간략하게 그간의 과정을 짚어보면,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월,RIAA(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가 연방지법에 “냅스터가 저작권 보호 음악 작품의 복사,내려 받기,올리기,전송,배포행위를 조장하거나 지원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고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대해 냅스터는 반독점법에 가장 유명한 전문가이자 지난 마이크로 소프트 재판에서 법무부측 책임변호사를 맡았던 데이빗 보이스를 담당 변호인으로 선정,반격하기 시작했다.
냅스터의 주장은 92년 ‘가정 음악녹음에 관한 법(AHRA:Audio Home Recording Act)을 인용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인용,반박하고 나섰고 한편으로 RIAA 회원(유니버셜 뮤직,BMG,Sony Music,Warner Music 등) 중 유니버셜 뮤직의 수석 운영 본부장인 케이스 번스타인을 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방어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성경의 골리앗과는 다르게 이 아날로그 골리앗은 자신의 아킬레스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자신의 아킬레스가 ‘네티즌들의 냅스터 우호적 여론’임을 간파한 골리앗은 메탈리카라는 매력적인 꼭두각시를 보내 다윗의 백성들을 혼란 시켰을 뿐만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의회와 여론을 설득하였다.결국,다윗은 골리앗의 무차별 공세에 무너지고 말았다.
왜 나는 냅스터의 편에 서 있는가?
필자가 냅스터의 사망신고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기존 가진 자들의 막강한 힘에 대한 적대적 감상에 둘러 쌓인 ‘젊은 피’라서가 아니다.
냅스터 사건은 이렇게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아니,엄밀히 말하면 냅스터 사건은 끝낼 수가 없다.이미 수많은 자신의 복제 유전자를 세상에 뿌려 놓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선가 다시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랩스터,프리넷,i메시,스카우어 등은 냅스터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지만 더욱 강력한 기능을 무장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이들은 MP3뿐만 아니라 동영상,심지어 650메가짜리 영화 한편을 통째로 다운로드 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별종들이 이미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방법원의 판결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만약,냅스터처럼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는 분산화 된 파일공유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모든 디지털 컨텐트들이 소유의 개념은 인정되지 않은 채 사용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독재거대 기업들만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RIAA는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당당히 경쟁할 생각은 잊은 채 법정 판결로 해결하려 하는가?냅스터와 협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강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냅스터 자신도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싹을 죽일 필요가 있었는가 말이다.
순수한 창작의욕을 말살하고,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RIAA가 주장하는 ‘음반판매 감소설’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못했다.오히려 냅스터가 음반판매를 늘린다는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즈 보고서도 나오지 않았던가?
국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98년 천리안,하이텔 등 PC통신상의 MP3파일이 일격의 폭격으로 장렬히 전사했던 과거를 우리는 기억한다.게다가 한국의 음반 저작권법은 매우 복잡해서 한 곡의 저작권을 획득하기 위해선 수십 명의 저작권자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판 냅스터로 잘 알려진 프로그램 ‘소리바다’의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하다.2명의 특출한 프로그래머들의 능력이 ‘아나로그 시대의 저작권법’에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아나로그적 저작권법’은 더 이상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없다.그렇다고 무단복제를 허용하자는 얘기는 아니다.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음반비즈니스의 다양한 실험들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태평양 너머 저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결과에 맞춰 움직이는 더딘 걸음걸이가 반복되지는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