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 있으면 불안하다. 이 불안이 그 사람을 고도로 예민하게 유지해주고, 그 예민함이 경계가 연속되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능력을 우리는 흔히 통찰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이성적인 계산 능력 만으로가 아니라 감성, 경험, 욕망, 희망 등등의 모든 인격적 동인들이 일순간에 함께 발동시켜 판단을 해버리는 능력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오는 고도의 불안을 감당하며 키워낸 예민함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경계에 서 있는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딱 거기까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진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