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필자는 관련업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말하는 ‘포탈’이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다.어떤 사람은 ‘포탈은 거대한 미디어다’라고 말하고,또 어떤 사람은 ‘포탈은 백화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며,또 어떤 사람은 ‘포탈은 호텔이다’라고도 이야기 한다.
이런 말들에서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것을 추출하면 ‘종합’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낼 수 있다.종합이란 단어를 다시 고객가치와 연동해서 풀어 보면 ‘포탈이란 고객을 위한 종합 정보 서비스 업?’정도 되지 않을까?
너무 단순 무식하게 정의한다고 웃으시는 davidndanny.com의 독자 분도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종합’에 관한 얘기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종합’을 좋아한다.어릴 때는 ‘종합선물세트’를 좋아했고,대학은 ‘종합대학’을 다니고 싶어하며,아플 때는 ‘종합병원’을 찾는다.그리고,한때는 ‘종합상사’를 다니는 것이 출세한 것처럼 보였던 시기도 있었다.
인터넷 경제에서도 우리는 ‘종합’을 좋아한다.물론 처음엔 포탈에 대해 한 순간 지나갈 유행 같은 것이라고 치부한 적도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종합’을 먼저 방문하게 된다.‘이제 포탈은 가고 보탈의 시대’라고 외치는 순진한 시골청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우리는 왜 종합을 선호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 보도록 하자.답은 매우 쉽다.종합병원에서 한번 방문으로 여러 전문의들의 종합적인 진찰을 받아본 경험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종합을 왜 선호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결론이 나오지 않는가?
‘개개의 것을 한데 모아 합함’이라는 뜻의 종합은 다시 말하면,개개의 서비스들을 하나의 가치로 묶어 폭 넓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에번 슈워츠의 ‘가치꾸러미 전략’이란 표현은 포탈 비즈니스를 잘 정리한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치꾸러미 전략은 인터넷이 탄생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객을 향한 가치꾸러미 전략이었고,최근 IT신문이나 잡지에 단골메뉴로 나오는-그래서 몹시 지겨운-ASP 컨소시엄도 가치꾸러미 전략이다.
그런데 옛날의 가치꾸러미 전략과 인터넷 경제의 가치꾸러미 전략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는데 바로 ‘아마추어 시대에서 프로시대로의 전환’이라는 것이다.예전의 가치꾸러미 전략을 펼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회사(선수)를 사는 것이었고,선수는 자신의 구단주(대기업)를 위해 경기장에서,사무실에서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다르다.구단주를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기에 참가한다.물론 계약도 에이전트를 통해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다.프로의 세계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처럼 지분투자를 했다고 해서 목숨 바쳐 일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옮길 수 있는 유연함과 당당함도 갖추었다.그런데 국내무대는 아직 NBA가 아닌 길거리 농구라는 것이 문제다.시끄럽게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온갖 제휴나 컨소시엄이 ‘생각보다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대로 프로무대가 돌아가려면 먼저 조직적인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마이클 조던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야 하며,시카고 불스 같은 팀들이 서로 경쟁하고 거기다 가장 중요한 열광적인 관중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컨텐트,혁신적인 솔루션 제공자들이 있어야 하고,이들과 계약하고 리그에 참가하는 소수의 포탈들이 있어야 하며,돈을 내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프로무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Next Internet Ver 1.0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그만 언급하겠다.
프로리그가 워낙 활성화 된 나라라서 그런지 미국은 제법 프로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벌써 몇 개의 구단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프로선수들을 영입하는가 하면 관중들도 끌어들이고 있으니 말이다.지난번 컬럼 ‘인터넷 기술의 종합 선물세트,Corporate Yahoo!’가 매우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고객을 위한 종합 정보 서비스 업자’인 포탈은 이제 Value Proposition과 Network Portfolio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포탈은 스스로 Value Proposition을 만들어 내고,최고의 Network Portfolio를 구성해야 한다.제대로 된 ‘종합선물세트’를 가까운 미래에 팔 수 있어야 한다.왜냐하면 그것이 네트워크 비즈니스 전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길거리 농구선수들도 장차 프로무대에서 뛰게 될 것이다.어느 구단이 마이클 조던을 잡을 것인가?그리고 마이클조던의 밸류를 더하는 스코티 피펜도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훌륭한 선수들을 모으기 위해 누가,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가치를 낼 수 있는 Value Proposition을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필자를 포함한 전장에 서있는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200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