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tive Media, 혹은 Fused Space

거의 2년 동안, 필자는 한가지 생각만 하고 지냈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다소 엉뚱해 보이고, 답도 없는 것처럼 들리는 이 질문이 필자의 머리 속을 2년 동안이나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 매력적인 어떤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Flash Mob을 목격하고, 또 Smart Mobs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더 몰입하게 되면서 어떤 제 3공간의 실존을 느끼게 되었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만나는 이 공간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필자에게 안겼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공간이 실존한다고 가정하면, 그 공간은 기존의 가상공간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만난다면 어떤 형태로 만나게 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실재 의미 있는 형태로 인터넷 상품화로 기획될 수 있겠는가?

얼마 전부터, Locative Media란 이름으로 위에서 이야기 한 ‘혼합공간’이 여러 전문가들의 입을 타고 논의되고 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노키아와 에릭슨, IBM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Locative Media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개념의 연구들이 3~4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Locative Media에 대한 논의가 인터넷 전문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시 마모루의 유명한 공각기동대를 보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공지능이 망명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이란 단백질과 기억으로 구성된 기계 이상인가? 인간이 그렇듯이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꽤 오래 전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학자들이 가졌던 의문이다.

인공지능, 유기체에 대한 연구가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만화’로 표현될 수 있듯이,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은 도시공학 분야와 Art 분야에서도 활발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FusedSpace2004처럼 International Contest가 벌어지고 있다.

오늘은 그 동안 필자가 고민한 제 3의 혼합공간(그것이 Locative Media로 불리건, 아니면 Fused Space로 불리건 간에)에 대해 짧게 5가지로 화두 정도만을 던지고자 한다.

1. 혼합공간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Context였다 (Context Aware는 davidndanny.com에서 몇 번에 걸쳐 이야기 한 바 있다). 현실공간의 Context는 우리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지각하지 못하는 다양한 Context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모바일 기술 진화에 맞춰 가상공간과 ‘링크’될 수 있다.

2. 가상세계가 스스로를 살찌우기 위해서 지금까지 현실세계를 차용해 왔다면, 혼합공간은 현실세계를 살찌우기 위해 가상세계를 차용한다.

3. 경험 수준 측면에서 제 3공간은 시/청/후/미/촉각 등의 오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가상공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갈수록 경계는 모호해진다.

4. 가상공간이 무형의 공간이라면 혼합공간은 구체적 유형의 인지적 공간이다. ‘www’에 액세스가 아닌 ‘KOEX’로의 액세스. 그리고 Proximity가 다시금 중요해진다.

5. 데이터 사용목적으로 볼 때, 가상공간은 나중을 위한 것이라면, 혼합공간은 지금을 위한 것이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접는 것이 좋겠다. 본 글을 읽는 davidndanny 독자 분들도 잠시 생각을 멈추고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만나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05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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