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4월 필자는 ‘미디어다음, 그리고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컬럼을 쓰면서 종이신문의 미래는 어둡고 그 기본적인 원인은 – 뉴스가 정보재고, 정보재는 원본을 만드는 비용은 매우 비싸지만 Reproduce에 들어가는 비용은 ‘0’에 가까운 속성을 갖고 있고 가공이 매우 쉬우며 비경합성, 비소모성으로 인해 공공재의 성향을 갖기 때문에, 값싸게 뉴스를 확보하고 엄청난 eyeball을 확보하고 있는 포탈이 기존 신문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란 – 전망을 내 놓았다.
올해 3월 일본 판 Businessweek는 블로그는 신문을 죽일 것인가?란 특집기사를 올렸다. Ascent Networks의 일본현지직원의 도움을 얻어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블로그의 시민저널리즘이 기존 거대미디어들의 힘을 어떻게 앗아가고 있고, 기존 대형미디어들의 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오늘 필자는 뉴스의 미래가 어떤 형태로 발전해 갈 것인가에 대한 짧고 주관적인 견해를 말하고자 한다. 아, 말을 잘못했다. 뉴스의 미래는 뉴스일 것이다. 뱅크는 사라져도 뱅킹은 계속 되듯이.., 뉴스를 담는 그릇의 미래 (News 2.0)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기존 뉴스의 힘은 기본적으로 2곳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유통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한이다. 그런데 먼저 허물어진 것이 유통채널의 붕괴이다.
전국적 규모의 네트워크인 신문보급소를 바탕으로 대형 신문사들은 자신들의 기사를 종이에 인쇄해서 보급할 수 있는 독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인터넷으로 인해 영향력이 이미 허물어졌다. 포탈의 뉴스가 신문사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구독자란 월 비용을 내는 독자의 의미가 아니라 eyeball을 의미한다.
미국 일간지의 발간 부수는 1985년 6,277만부 (하루 당)를 피크로 계속 꺾였다. 2004년에는 5,463만까지 감소하고 20년 동안 13%. 신문 수는 30년 동안 17%가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의 폭풍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뉴스사인 뉴욕타임즈는 작년 5월, 200명의 조기 희망 퇴직자를 모집, 9월에는 기자 등 45명을 포함하는 500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한국자료는 없지만,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두 번째로 정보원천에 대한 접근권한이다. 작년 3월, 워싱턴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블로거가 처음으로 백악관의 정례 기자 회견에 출석을 인정받았던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백악관은, 워싱턴의 미디어 활동을 보도하는 블로그 ‘피쉬 볼 DC’를 운영하는 개럿 그래프가 기자 증을 신청한 것을 받아들였다. 블로거가 대형 언론사의 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획기적인 날이었다.
특수한 사례 외에도 블로그를 통한 여러 가지 사건사고 보도는 이미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아니 한걸음 더 나가서 대형 언론사들이 놓치거나 잘못된 보도를 하는 경우, 블로그가 그것을 정정 보도하는 일도 많이 발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CBS가 04년 9월에 부시 대통령의 군력의혹을 알렸을 때에는, 그 증거로 여겨진 메모가 날조된 것임을 블로그들이 입증해서 간판 캐스터가 책임을 추궁 당해 강판 당한 일이 발생했고, 국내의 경우에도 황우석 교수의 논문사진 위조 여부가 국내 연구학회 게시판을 통해 밝혀졌다.
물론 여기서 언론사 기자들이 작성하는 뉴스의 질과 아마추어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기사의 질을 비교하진 않았다. 국내 블로그의 경우 대부분이 기존 뉴스를 그대로 스크랩 한 경우가 많고, 자신의 견해나 자기가 발견한 사실을 의무감을 가지고 작성한 기사는 참 찾아보기 힘들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블로그와 포탈, 그리고 종이신문 등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뉴스를 담는 그릇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아래 그림은 온라인저널리즘을 구분하기 위한 그림으로 좌측은 Concentration Editorial Content 축으로서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작성/편집된 컨텐트들이 주가 되는 축이고, 오른쪽은 Public Connectivity, 형식적인 장벽이 없는, 편집에 있어서 어떠한 중재과정 없이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Vertical 축을 보면 사용자 참여 옵션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Closed Participatory Communication은 사용자 참여가 일부 가능하지만, 편집권한자의 주관에 의해 통제되는 정도가 높은 축이고 Open Participatory Communication은 그런 것이 없는 열려있는 상태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Concentration Editorial Content/Closed Participatory에 근접한 것은 Mainstream News site로 CNN, BBC, MSNBC 등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이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도 여기에 포함된다. 메인스트림계 뉴스사이트들은 링크를 담고 있으나 주로 자사의 네트워크 안에 존재하는 링크들이 그 대상이며 독자와의 relationship을 과감한 접근보다는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을 갖는다.
Index & Category sites는 주로 포탈사이트들의 뉴스섹션에 해당되며, 웹 전반에 걸쳐 링크가 걸려있으며 독자적인 뉴스팀에 의한 편집이라기보다는 메인스트림 외부뉴스를 싣고 자신의 BBS와 연결하거나 독자들의 코멘트를 달아 놓은 형태를 취한다.
Meta & Comments Site는 freedomforum.org나 mediachannel.org와 같은, 일반적으로 독자는 일반인이라기보다 저널리스트들로, 뉴스를 소재로 이야기하는 ‘journalism about journalism’ 을 다룬다. 여기엔 독자적인 에디터도 있으며 affiliated groups으로부터 기사를 받는다.
Share & Discussion Site는 뉴스보다도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더 중점을 두는 형태를 취한다. 대표적으로 Slashdot이 있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Digg, reddit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Slashdot과 Digg는 또 조금 다르다. Slashdot은 분명 Open 형의 독자참여 미디어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Editor가 뉴스의 중요성을 Control 한다. 오마이뉴스도 편집부의 편집성향을 담고 있으며 독자랭킹 등의 부분적 도입하고 있지만, 기사의 중요도를 결정하는 권한을 Digg나 Reddit처럼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맡기고 있지 못하다.
최근 몇몇 블로그들이 말하는 News 2.0은 본 4개의 구분자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뉴스 자체보다는 뉴스를 유통시키는 방법에 있어서 Collective Preferen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하나의 알고리듬으로 강화하는 플랫폼들 말이다. Topix의 경우에 NewsRank라는 독자적 알고리듬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은 피하고 있지만 뉴스의 시간성, 주목성 등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순위나 연관성을 조절하는 기술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이트들을 몇 개 모아놓고 News 2.0이란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유행에 편승하려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필자 나름의 News 2.0에 가까운 발전방향을 다음과 같이 2가지로 전망하면서 본 글을 닫고자 한다.
1. 뉴스의 원본은 변형하지 않지만, 각 뉴스에 대한 집합적 선호(Collective Preference)를 담아내고 그에 대한 생각의 공유를 나누는 형태의 미디엄이 하나의 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집합적 선호가 정말 다수 독자들의 선호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다양한 뉴스들이 적절한 시간대로 유통되고 있는가? 라는 이슈가 있다. 몇 가지 기사만이 멱함수를 만들어 내 버린다면, 오히려 집합적 선호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다양한 뉴스들을 적절한 시간대에 유통하는 기준과 시스템 구축은 어려운 숙제다.
2. 뉴스 원본을 함께 만드는 오픈소스 저널리즘. 오픈소스 저널리즘은 사용자들로부터 비평을 흡수해서 원 기사를 수정한 후 다시 게재하는 형태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인데, 99년 Jane’s Intelligence Review란 잡지는 Slashdot의 사용자들 비평을 받은 후에 그것을 수정한 원본을 기사로 송출하는 실험을 한 일이 있다.
사실 최근 블로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글쓰기가 오픈소스 저널리즘과 개념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사실이나 생각을 꺼내 놓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채우고 발전시켜 가는 형태의 글쓰기가 많아지면서 하나의 글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들이 하나의 Context를 갖는 형태를 취하는 방향만 될 수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미디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편집을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편집부의 능력에 좌우될 확률이 크다.
Reference
Online Journalism: Modelling the First Generation of News Media on the World Wide Web by Mark Deuze, First Monday, volume 6, number 10 (October 2001), URL: http://firstmonday.org/issues/issue6_10/deuze/index.html
Blog는 신문을 죽이는 것인가, Businessweek Japan (Mar 2006)
David & Danny「미디어다음, 그리고 디지털 컨버전스」(Apr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