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터넷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2002년 12월 일본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뛰어본 데이빗엔대니의 감으로도 일본은 분명 우리가 2001년 중반기에 우리가 경험했던 인터넷 호황기 돌입 직전의 분위기에 대단히 가깝다고 느껴진다. 필자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와는 유일한 형제 언어권 국가(표현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기에 크게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이며, 악연이기는 해도 36년간 얽히고 꼬인 관계로 살아온 덕에 우리의 삶의 모습과 비슷한 점을 그래도 가장 많이 가진 국가 일본은 세대수만 약 4천 9백만 세대에 이르고 국민소득도 GDP기준으로 우리의 약 2.5배에 이르는 대형 시장이다.
더욱이 초고속인터넷 세대 보급율이 32%를 넘어 약 일천오백만가입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매월 45만세대 이상의 가입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 인터넷 시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라면 반드시 진출 해야할 중요 전략고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본 인터넷 시장에 대한 진출 이야기가 2004년 지금 처음 있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다음(정확히는 다음 솔루션)과 나모 등의 유수 국내 IT기업이 일본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회사도 제대로 일본에 정착하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물론 당시에 이미 일본의 인터넷 버블이 상당히 깨지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면에서 진출 실패가 지금은 이해될만도 하지만, 당시 살아남은 일본 인터넷 기업들은 지금 행복하게 높은 성장율을 유지해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데이빗엔대니는 오늘 이 첫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 인터넷 시장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중요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 등을 연재컬럼 형식으로 써 나가고자 한다.
데이빗엔대니가 이번 연재 컬럼을 기획하게 된 것은 첫째로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인터넷 기업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한국 인터넷 기업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이 해당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초석이라는 점 이외에도 일본의 앞선 유비쿼터스 기반 기술과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한국이 흡수 및 상용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게 될 것이고 이것이 각 진출 회사들이 가져야할 시대적 사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번 첫 컬럼에서는 일본 인터넷 시장의 참여자들과 구성성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4개 그룹: 데이빗엔대니는 일본의 인터넷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을 크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 구분 기준과 각 그룹에 해당하는 기업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1그룹:대기업 출신의 ISP기업군: NTT의 OCN, Sony의 So-net, Fujitsu의 Nifty, KDDI의 DION등
2그룹:대형 인터넷 전문기업: 야후재팬, 라쿠텐, 엣지, GMO, OPT, Cyber Agent등
3그룹:중소형 인터넷 전문기업: 이머큐리, 하테나, 유비토마래 등
4그룹:한국계 인터넷 기업: 네오위즈, NHN, 다음, 넥슨, CJ인터넷 등
1그룹에 속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PC통신 때부터 줄곧 ISP사업을 해오던 대기업 계열의 인터넷 회사들이며 한국의 천리안이나 하이텔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국과 달리 초고속인터넷 경쟁에 비교적 늦지 않게 참여했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 가입세대수에서는 야후와 NTT에 크게 밀리기는 하지만 전체 가입세대 총 수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통원한 컨텐츠 확보력(So-net)과 하드웨어와의 연계 능력(So-net, Nifty) 그리고 핸드폰 과금이 없는 일본에서 가입자기반을 대상으로한 컨텐츠 과금대행이라는 중요한 무기를 확보하고 있다.
2그룹에 속한 기업들 중에서 주가 총액 40조원에 다르는 수퍼 인터넷 기업 야후재팬을 필두로 전자상거래로 유명한 라쿠텐 그리고 라이브도어 인수로 유명해진 엣지를 일본 인터넷의 빅3라고 부른다.
이들 빅 3외에도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OPT, Cyberagent 등이 상장을 통한 자본시장으로의 접근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싸이버에이전트를 선두로한 온라인 광고 대행사들이 가진 일본 인터넷 업계에서의 존재감은 실재로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데, 그것은 이들 온라인 광고 대행사 중 상당수가 본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매체 비지니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매체와 광고주 사이에서 실은 광고주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할 에이전시가 직접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근친상간에 해당하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무리한 생각일까? 아무튼,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보유 현금만을 가지고도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의 이들의 존재감은 충분히 이유있는 현상이라고 생각이 든다.
3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아직 설립연수가 만4년이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유비토마래 제외) 직원수 또한 25에서 40명 정도의 비교적 적은 수를 가지고 있는 어린 인터넷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 3년 동안 착실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운영해오면서 기획력, 개발력, 스피드 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는데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인터넷 기업들로서는 제휴 파트너 혹은 잠재적인 인수/합병 대상으로 고려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아닐까라고 데이빗엔대니는 평가하고 있다.
숨은 실력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회사들 중에 지식인 서비스와 유사한 컨셉의 서비스로 출발해서 일기(블로그형)서비스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한 하테나가 이들 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4그룹의 한국계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으나, 2003년 한게임재팬과 네이버재팬의 합병으로 강화된 NHN재팬의 약진과 등록자 기준으로 볼 때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Cafesta를 인수한 다음(현지에서는 타온) 그리고 2004년 3월 부터 화제의 미니홈피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그간의 채팅에서의 실패를 크게 만회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네오위즈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띤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한국 인터넷 기업들의 일본 인터넷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막상 쓰고 나니까 긴 서문에 비해 알맹이가 너무 적은 연재 컬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더욱 많아졌다. 다음번 주제로는 상위 방문 사이트들의 구성을 중심으로 일본 시장의 경쟁 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도록하겠다.
200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