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전쟁에 관한 보고서

아마도 97년 봄이었다.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와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종로 뒷골목을 배회하고 있었는데,우리는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선 서로 무관심한 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네스케이프라는 회사가 마이크로 소프트를 위협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과연 인터넷 브라우저 회사가 오피스의 강자를 누르게 되는 것일까?”에 대해 몹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한 의구심들이 모여 davidndanny.com이 만들어졌다.아마도 우리 독자분들 대부분이 필자와 같은 흥분을 맛보셨을 거라 짐작된다.

사실,인터넷하면 떠오르는 게 브라우저다.브라우저는 인터넷의 대중화를 가능케 한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인터넷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NCSA(National Center for Supercomputing Applications)라는 연구소의 마크 안데레센이라는 한 젊은이의 호기심이 20세기를 바꾸는 일대 사건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NCSA에서 개발된 최초의 브라우저 모자이크는 곧 네스케이프라는 이름으로 진화했고,이것은 금새 마이크로 소프트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로 떠올라 버렸다.

이 신화 같은 이야기가 전쟁으로 돌변한 것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익스플로러 버전이 출시 되면서부터이다.다 아시겠지만 마이크로 소프트와 네스케이프의 싸움은 20세기 마지막 전쟁으로 기억될 만큼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네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의 브라우저 전쟁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2000년 6월 웹사이트스토리라는 웹분석회사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 중 86% 이상이 익스플로러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으로 브라우저 전쟁은 끝이 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아니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과연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브라우저 대전에 참전한 기술들

최근 들어 브라우저에 대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브라우저를 사용자의 편의에 맞추어 요리할 수 있도록 한 기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이러한 기술들을 크게 분류해 보면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브라우저의 스킨을 아름답게 바꾸는 기술이요,두 번째는 개인화 서비스에 기반한 기술이요,세 번째는 메타-브라우징이라 통칭되고 있는 ‘한 브라우저에서 여러 화면을 조합하거나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세가지 기술이 하나로 합성된 형태도 존재하고 이것을 모두 ‘개인화 된 브라우저 기술’이라고 묶어버려도 되겠지만 편의상 세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번째 브라우저의 외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기술은 말 그대로 익스플로러를 인스톨 한 상태에서 그 위에 스킨을 덮어 씌우는 것으로 대표주자는 neoplanet.com을 들 수 있다.

neoplanet.com의 웹사이트를 방문,다운로드 해 보면 알겠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웹브라우저는 참으로 아름답다.’미래의 어느 시간대에 와 있다’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디자인과 기능이 세련되었다.

특히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브라우저를 켤 때 ‘네오 플래닛 온라인’이라는 여성 목소리다.이 소리가 듣고 싶어 촌스럽게도 브라우저를 계속 껐다 켰다를 반복하기도 했었다.

두 번째 참가자인 ‘개인화 된 브라우저 기술’은 웹사이트를 편집 가능케 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웹사이트로 MSN.com을 들 수 있다.이러한 브라우저는 자신의 주거지나 관심뉴스를 지정하면 그에 맞는 날씨나 뉴스들만을 볼 수 있도록 하며,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컬러로 브라우저를 장식할 수 있다.

세 번째 메타-브라우징 기술은 하나의 브라우저에 여러 개의 웹사이트를 탭으로 이동하며 탐색하거나 여러 웹사이트의 부분 부분을 편집하여 보거나 하는 등의 기술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곳으로 octopus.com을 들 수 있고,국내엔 looloo.net이 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럼,이런 기술을 제공하고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물론,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브라우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수익모델을 추론해 보면,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한가지는 광고수익이며,다른 한가지는 잠재된 수익모델이다.

광고수익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럼 잠재된 수익모델이란 어떤 것일까?먼저 앞서 소개한 neoplanet.com을 예로 들어 보면,네오플래닛 브라우저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측상단에 서치가 있는데 서치가 분류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즉,책,음반,게임 등으로…

이 중 책을 검색해 보자.반스앤노블닷컴의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또한 하단 부분의 쇼핑 검색이나 장난감 검색은 mysimon.com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네오플래닛과 mysimon.com간의 일정 계약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충분히 수익모델로 가져갈 수 있으리라 가정할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이것은 필자의 추론이다)

또한,특정한 클라이언트의 스킨이 개발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유니버셜사와의 계약을 통해 죠스,주라기 공원 등의 스킨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으며 이들간의 계약조건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지만 아마도 다운로드 당 얼마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잠재수익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배포된 브라우저의 수가 일정 이상을 넘어섰을 때 기업에게 필요한 각종 통계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렉사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국내에는 ntaker.com이 nTaker를 다운 받은 패널들의 인터넷 서핑을 통해 패널들의 인터넷 환경,사이트 접속 방법,접속 빈도,접속 시간 등의 정보를 RankserV.com 서버로 실시간 전송,순위를 매기게 되는데 추후 패널이 증가하게 되면 인터넷 매트리스 같은 수익모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더 펼쳐보면,ASP 형태로의 수익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일종의 맞춤화 된 브라우저를 제공,관리하며,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인트라넷 브라우저를 공급,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로 접촉하고 싶은 곳이라면 야후가 될 것이다.(혹시 야후 전용 웹브라우저가 올해 말쯤 나오는 것은 아닐까?)

간혹,’개인포탈’이라는 새로운 포탈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는데 브라우저 기술을 토대로 포탈로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힘든 얘기다.

최근 오픈한 inuca.co.kr의 경우,개인화 된 브라우저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것이 포탈로 발전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왜냐하면 개인포탈이라는 것은 이미 단어 자체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승자는 어떤 모습일까?

실험적이고 다양한 기술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사용자들은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혼란스럽다.과연 이 전쟁의 승자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 PC와 모니터라는 제한된 영역을 과감히 벗어 던지자는 것이다.MIT Media Lab.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웹 어플라이언스(Web appliance)의 컨셉이 ‘glass’라는 말을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2에서 보았던 탐 크루즈의 썬글래스처럼 유리로 된 어떤 것이 차세대 브라우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아니면 웬만한 미래영화에서는 다 나오는 말로 의사소통 하는 브라우저가 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형태가 어떠하건 간에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는 대단히 똑똑한 어떤 형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예측일 것이다.지금도 브라우저 기술을 개발한 회사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공통적으로 쓰인 단어가 ‘Personalization’과 ‘Intelligence’다.

다들 추측할 수 있겠지만 필자 역시도 대단히 지능적이면서도 개인화 된 브라우저가 차세대 브라우저의 모습일 것이라고 믿는다.형태는 공기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나타나서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다하는 산소 같은 비서….

브라우저 전쟁의 의미는?

그럼,이러한 브라우저 전쟁이 역사에 남기는 의미는 무엇일까?필자는 ‘혁신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규정 지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네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 간의 전쟁에서 네스케이프를 응원한 것을 기억한다.왜냐하면 독점적 기업인 마이크로 소프트가 자유와 도전정신이 깃든 인터넷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익스플로러는 오히려 혁신을 독점하려 했던 한 기업에 투쟁한 자유투사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네스케이프는 독점적인 자리를 이용해 몹시 게을렀으며,그로 인해 스스로 패배를 불러온 것이지 누군가가 망하게 한 것이 결코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마이크로 소프트를 이길 것인가?에 대해선 아무도 단정 짓기 어렵다.아니 솔직히 말하면-이것도 필자의 생각이다-이들 대부분은 마이크로 소프트에 비싼 값에 팔리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마이크로 소프트를 나태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으며,결과적으로 좀 더 편하고 쓸모 있는 기술을 창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최근 배포되기 시작한 MSN Explorer는 너무 아름답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설계되었다.게다가 굿모닝이라는 인사도 해준다!

브라우저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다.아니 이러한 전쟁은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한다.읽어 주신 독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20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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