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유경제 서비스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리믹스”란 저서에서 공유경제를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사람이 공유해 자원활용을 극대화 하는 소비 경제”라고 개념을 소개한 이래 공유경제 서비스는 물품이나 스페이스와 같은 유형적인 것부터 시간이나 지식같은 무형자산들까지 개인이 보유한 유휴자산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빌려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지칭하는 말로 이미 우리들의 인식 속에 정착한듯하다. 인터넷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공유경제라는 아이디어는 급속하게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빌려주는 사람에게는 유휴자산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되고, 빌리는 사람에게는 굳이 큰 돈을 들이면서 소유할 필요없이 필요로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어필되면서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일본의 메르카리(mercari) 같은 유니콘급 스타트업이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버라는 세계적인 공유경제 서비스가 서울시의 불법성 지적과 이에 따른 법적인 조치로 시민들이 고발까지 가능하게 되자 결국 대부분의 서비스를 한국에서 중지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의미있는 역할을 한 우버는 그 역할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여전히 국내에는 공유 경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것 같다. 이에 필자는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유저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몇 가지의 공유경제 서비스를 소개해보고자한다.

  1. 물건 공유 서비스

일본 내에서는 후리마앱이라는 카테고리명으로 불리기도하는 서비스로서 아래에서 소개할 후릴(Fril)과 메르카리(Mercari) 외에도 라인몰(Line Mall), 쇼피즈(shoppies) , 라쿠템이 운영중인 라쿠마(rakuma)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개인간(C to C) 물품매매 서비스로 가격 결정을 제품 판매자가 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인터넷 옥션과 차이가 난다. 기존 C to C 옥션의 경우 남성 이용자가 많았으나, 후리마앱들은 젊은 여성층이 주된 이용자 층으로 자리 잡고있다. 유저수라고 하면 메르카리, 여성전용이라고 하면 후릴, 아주 어린 여성들이 모이는 서비스라고 하면 쇼피즈 등으로 시장이 3등분 되어있는 상황이다.

 

메르카리(Mercari, メルカリ)

https://www.mercari.com/jp/

2013년 2월 창업 후 2년만에 월간 유통 총액 기준으로 50억엔을 넘겼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개인간 물품 거래형의 공유경제 서비스로서 앱 다운로드 수가 2015년10월 기준으로 200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까지 42억엔 정도의 자본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인간 거래 시장의 종결자로 불리는 야후 옥션(연간 유통총액이 8100억엔 규모, 2014년 결산자료)과는 다른 유저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 받고 있음. 판매 수수료는 10%에 출품 상품의 최저가는 300엔으로 되어 있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Mercari

후릴(Frill, フリル)

https://fril.jp/

후리마앱이라는 명칭을 만들어 유행시키면서 물건 공유 시장을 최초로 개척한 앱이 후릴이다. 메르카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의 이동이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던 시점을 놓치지않고, 여성에 특화된 서비스로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면서 후릴 역시 야후 옥션과 다른 유저 층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2012년 7월에 서비스를 공개한 후 1년만에 185만건의 출품수를 기록했고, 20165년 3월 현재 450만의 다운로드수를 기록 중이며, 거래 총량이 2014년 10월 기준으로 월간 5억엔 규모에 이르렀다. 일본의 매뉴판 서비스라 불리는 쿡패드(クックパッド)와 코로브라(コロプラ)로부터 10억엔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메르카리와 마찬가지로 판매수수료는 10%에 출품 상품의 최저가는 300엔~10만엔으로 되어 있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Fril

하이드아웃클럽(Hideout Club)

https://hideoutclub.jp/

개인적으로는 공유 경제 서비스 모델 중에서도 가장 재미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술을 공동구매한 후에 이를 지정한 점포에 킵(보관)하고 이를 출자에 참여한 사람이 출자한 만큼만 마실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서비스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공동구매까지 하는가 봤더니 한병에 수십만엔에서 수백만엔 정도하는 대단히 비싸고 귀한 술이 대상이라고한다. 이런 술인만큼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한번도 마셔보지 못할 술을 공유 경제라는 테크닉(?)을 통해 즐거움을 공유하겠다는 발직한 시도가 아닌가 싶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Hideout 

캐리온(CarryOn, キャリオン)

리사이클 제품 즉 중고제품을 거래하는 사이트라고 분류할 수 있는 캐리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용 목적이나 대상에 특화한 리사이클(중고) 거래 사이트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통의 고민을 가진 육아 중인 엄마들을 타겟 유저로 좁힘으로해서 역설적으로 거래 사이트로서 끝나지 않고 커뮤니티화 함으로서 마진율이 박한 마켓 플레이스 모델의 단점을 넘어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높히 평가되고 있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Carryon

  1. 티켓 이차유통 온라인 서비스

 

티켓 스트리트(チケットストリ)

http://ticket.st/

예매한 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이를 필요로하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예매 티켓 이차 유통 온라인 서비스의 일종이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큰 역의 주변에서는 신간센 기차표나 콘서트 티켓 등을 파는 오프라인 버전의 매장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업태이기 때문에 빠르게 정착해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베이(ebay) 계열의 미국의 동종 업계 대기업인 스텁허브(StubHub)로부터 3억엔의 자금을 조달했다고한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Ticketstreet

 

티켓 캠프(チケットキャンプ)

https://ticketcamp.net/

티겟 스트리트와 동일한 모델을 가진 서비스로 2015년 3월에 믹시로부터 115억엔이라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매수된 서비스다. 메르카리와 후릴과 같이 스마트폰으로의 이동이 본격화한 시점에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현재 사용자의 8할이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억세스라고 한다. 유통 총액 규모는 연 8억엔 수준이지만 성장율이 연600%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고 한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Ticketcamp

  1. 스페이스 공유

이번 글을 쓰면서 일본의 스페이스공유  분야를 둘러보니, 독특한 컨셉의 업체들이 다수 보였다. 하나같이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서비스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모델들이다.

아키파(akippa) 

스페이스 공유 서비스의 대표주자다. 아키파는 “텅빈 상태야”라는 일본어 “あきっぱ”에서 온 것이라한다. 아키파의 회원이 되면 전국 각지에 있는 월액 주차장이나 빈 공간에 하루 최대 단돈 500엔으로 주차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경에서라면 하루 주차 비용은 아무리 저렴해도 2000원 이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키파의 하루 500엔은 아주 매력적이다. 2014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그 해 12월 Launch Pad에서 우승을 한 실력파 스타트업인 아키파는 이후 100배의 성장을 했다고한다. 코인파킹 거점수면에서도 오랜 기간동안 일본 1위를 지켜온 타임즈(Times)의 14,717곳과 2위 업체인 미쯔이 리파크의 9,191에 이어 2,050개로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스페이스오너가 특별한 주차관련 설비가 없이도 소유한 빈 스페이스를 아키파에 등록만하면 나머지는 모두 아키파가 알아서 관리하는 구조다. 고객의 이용료의 30%가 수수료 항목으로 차감되고 나머지는 모두 스페이스오너에게 돌아간다.

2012년 벤처캐피탈 자프코(JAFCO)로부터 6천500만엔을 투자 받은 후 2014년 모바게로 유명한 DeNA와 에니그모의 須田社長을 포함한 수명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금액이 3억엔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아키파(akippa)

스페이스마켓(Spacemarket)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서비스이자 공유경제 정신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서비스가 바로 스페이스마켓이다. “협곡을 달리는 열차”, “역사유산인 저택” “야구장” “사찰” 등의 유니크한 시설이나 주택을 1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2014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대여 가능한 곳이 100곳 정도였으나 이후 1년 만에 대여 가능 시설이 3000곳으로 늘었다. 월 유니크 유저가 현재 약 6만명 정도까지 늘었다고하니 상당한 시장이 있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현재 사이버에이전트 벤처즈와 미즈호캐피탈로부터 약1억엔을 조달했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spacemarket

샵카운터(Shopcounter)

샵카운터는 상품의 전시와 판매, 프로모션등으로 사용하고 싶은 스페이스를 온라인을 통해서 찾아서 문의부터 예약 결제까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로 2014년 10월부터 시작한 서비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토어프론트(Storefront)”나 영국의 “어피어히어(Appear Here)”등과 유사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이스 대여 기간 설정이 1일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프로모션용의 단기간의 팝업샵 등에는 최적의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공유경제서비스-Shopcounter

위에서 소개한 일본의 유명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일이키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서비스들은 아니다. 하지만 소셜컴퓨팅연구소의 한상기 박사님이 지적하고 있는 것 처럼 공유경제 서비스가 “우리가 원하는, 소유보다 접근, 공동체 회복, 기술 발전에 의한 사회적 신뢰 증가, 개인의 이익 증대보다 중간 중개 기업의 가치 증대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라기보다 자본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더욱 심하게 경쟁하게 만들면서도 책임은 최소화하려는 교묘한 모델”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는데 필자는 동의한다.

특히 공유의 대상이 물건이나 스페이스가 아니라 노동 영역이 되어버리면 “말이 좋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지 사실은 ‘찌꺼기(scraps)를 나누는 경제’가 아닌가?”라는 UC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로버트 라이시가 말 처럼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공유경제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이런 정보에 자극을 받아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이 나오길 기대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말로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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