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 때에는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대접을 받았던 시기였다. 당시 나스닥 종합지수는 급등하여 5000대를 훌쩍 돌파했고 야후!, 아마존을 필두로 수많은 닷컴 스타들이 배출되고 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필자도 곧 부자 대열에 들어갈 후보로 비추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3년 뒤인 2002년, 비즈니스의 기본원리와는 동떨어진 ‘성장성’에만 초점을 맞춘 주식가격이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결국 버블은 붕괴하여 2002년 10월 나스닥 지수는 1114까지 추락했고 인터넷업계에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전화해서 ‘너 괜찮아?’라는 걱정의 말을 해 주곤 했다.
2000년 초부터 주식시장의 닷컴은 정말 가망이 없어 보였다. 나스닥의 스타닷컴 주들은 90% 이상 주가가 하락했으며 대량 실업자들을 양산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2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합병되었다. (450개 인터넷 기업만이 주식시장에 등록되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흘렀다.
2002년 말부터 지금까지 미국 인터넷 업체들의 주가 평균 상승률은 52%, 평균 PER는 70배 이상으로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국내의 인터넷 기업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미국보다 높은 170%에 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네오위즈로 284%를 기록했으며 NHN이 180%, 옥션이 121%, 다음이 94%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빠르게 늘어나서 다음과 NHN이 국민카드를 제치고 6, 7위에 올랐으며, 옥션은 9위를 기록, 네오위즈도 휴맥스를 제치고 13위에 올라섰다. 인터넷 업종 평균 주가수익률(PER)도 증권사에 따라 23~26배에 달한다. 이는 코스닥 시장 평균(11~12배)보다 1백30% 가량 높으며, 업체별로는 옥션(37배)이 시장평균 대비 2백30%, 다음은 1백70%가 할증된 상태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닷컴의 부활을 두고 많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열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의 닷컴 이익이 증가한 것은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탓이라기 보다는 대폭적인 코스트 삭감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덕분에 기업의 생산성은 향상했지만, 신규 고객이나 매출을 통한 사업의 성장은 아직 아니다라고 보는 입장도 존재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닷컴이 지나치게 게임에 의존적이다라는 견해를 갖고 보수적인 관망세 유지를 권고하는 증권사도 있다.
그럼, 다시 1999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인터넷 기업의 성장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예측 수치들과 오늘날 증명된 결과들의 객관적인 숫자들을 비교해 보면 버블의 실제 값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1999년에 예측되었던 숫자가 오늘날 상당 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증명되고 있다.
1999년 미국의 B2B E-Commerce가 2003년에 1조 3천억 불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언은 훨씬 뛰어넘어 2조 4천억 불을 달성했고 1999년 Consumer E-Commerce가 2003년에 1080억불로 예측되던 것이 올해 950억불로 거의 비슷한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E-Commerce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효과가 2005년까지 매년 2500억불로 예언된 것도 지금은 4500억불로 초과 측정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역시 1999년 예측치와 비슷한 $9.2 billion을 올해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온라인 광고는 2000년 대비 11퍼센트가 하락한 $7.3 billion 규모로 급격히 하락세를 가리켰으나 2002년엔 $8.1 billion으로 2000년 수준을 회복하고 2003년엔 $9.2 billion으로 큰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
물론 ‘버블이란 전혀 없었으며 현재 닷컴주의 과열 현상은 과열이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다. 다른 업종 대비 성장성이라는 모호함이 아직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주식의 저변엔 ‘모호함과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 가치가 존재하고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 실질적 가치란 첫째,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인터넷에 머물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재화들이 디지털 정보재로 전환되고 유통될 것이란 것, 두 번째로 디지털 정보재를 원하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대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닷컴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재의 좋은 예로 음악산업을 들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언젠가부터 리어카에서 들려오는 최신 곡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조사자료를 살펴보면 2002년 세계적으로 년간 350억 이상의 음악파일이 인터넷을 타고 유통되었으며 이로 인해 미 음반산업연합회(RIAA)는 2003년 상반기 음악 판매량이 7% 줄어 2억 84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국내 음반산업은 더 심각해서 2000년 4,104억 원이던 음반시장 규모가 2002년엔 2,800억 규모로 급감하였다. (최근에 100만장 돌파 앨범을 본 적 있는가?) 그러나 온라인 음악시장 규모(다운로드, 스트리밍, 전화연결 서비스 등)는 2003년 4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전에 미디어다음에서 말한 것처럼 음반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 등의 정보재 영역에서 이런 현상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정보재의 플랫폼 영역이 바로 닷컴이라는 것, 그러니까 디지털 밸류체인을 컨텐트>플랫폼>네트워크>터미널로 구분할 때 플랫폼 영역이 바로 닷컴이 위치한 영역이고 이는 컨텐트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소비자들과 대면한 채 지속적인 밸류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위치를 잡고 있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향후 우리가 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수익 엔진이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현재 네트워크 사업자와 닷컴의 EBITDA 지수를 보면 네트워크 사업자의 그것에 비해 닷컴이 약 5배가 높다).
인터넷이 상용화 된지 8년이 넘어서는 2003년은 닷컴이 부활한 해로, 아니 닷컴이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증명한 첫해로 기억될 것이다. 마치 1962년 미국에서 컬러 TV가 방영을 시작한지 8년이 되는 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처럼(그 당시엔 케이블이나 프로-스포츠, 광고 수익이란 건 아예 상상도 못하던 그런 때가 아니었던가?) 닷컴은 여전히 증명되지 못한 많은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리라 기대하며 글을 닫는다. 2003-05-26
Reference
The E-Biz Surprise, 05-12, 2003, BusinessWeek
Online Extra: VCs are talking Tech again, 05-12, 2003, BusinessWeek
New Tech Bubble in the Making?, 05-02, 2003, Wired
인터넷 업종의 전반적인 저평가 국면은 해소, 05, 2003, LG investment forum
멀티미디어 무선인터넷, 그리고 Consolidation, 05, 2003, LG investment forum
인터넷 주 더간다vs과열이다, 05-23,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