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방문자가 많은 웹사이트는 연간 누적 방문자 수가 8,944만 명에 이르는 ‘야후 재팬(yahoo.co.jp)’이다. 2014년 기준으로 일본 웹사이트 방문자 수 2위는 연간 8,679만 명이 방문한 ‘아마존 재팬(amazon.co.jp)’이고, ‘라쿠텐(楽天, rakuten.co.jp)’은 50만 명 차이인 8,627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나란히 2위와 3위에 있는 게 특이하다. 이번 호는 이런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역사와 전망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일본 전자상거래 빅 3와 신성의 탄생
일본 전자상거래의 기원은 1993년 인터넷에서 외국 서적을 판매했던 ‘다이이치’라는 회사다. 그 이후 ‘주식회사 MDM’이 1997년 몰앤몰(Mall & Mall) 형식의 쇼핑몰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했다. 이 쇼핑몰이 바로 라쿠텐이다. 1999년에는 ‘야후 옥션(Yahoo Auctions)’이, 그리고 2000년에 아마존 재팬이 문을 열면서 일본 전자상거래 3인방의 시장 입성이 완료되고 일본 전자상거래의 여명기는 끝난다.
일본웹사이트 방문자수 순위
여기서 빼먹을 수 없는 한 업체가 있다. 1997년에 등장해서 큰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에까지 널리 알려진 카가쿠닷컴(www.kakaku.com)이다. 한국의 다나와(danawa.com)와 비슷한 서비스로지금은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 군에 대해서도 가격비교를 해주는 웹사이트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첫 번째 변화. 온라인 쇼핑 문화 확산과 일상화
여명기가 끝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을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관점에서는 2013년 말 이전 시기와 그 이후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이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의 이용률이 30% 전후를 넘어섰다.
둘째, 라쿠텐에 입점한 점포에서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나오는 매출이 역전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 소매 전자상거래 비율이 1년 만에 5%에서 6.4%로 급작스럽게 성장했다. 2014년 8월 일본 경제상업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소매업 전자상거래비율이 2013년 말에 6.39%에 이르면서 미국의 6%(미국 상무성이 발표한 자료)를 넘어섰다. 오랫동안 나란히 비율이 성장해오던 상태에서 2013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변화가 집합적으로 발생한 2013년 말까지의 일본 전자상거래 12년 역사는, 전자상거래가 소비자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 정착하는 기간이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2004년경 까지만 해도 일본은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구매하지 않는 쇼핑 문화가 있어서, 라쿠텐에 입점한 온라인 매장 중 월 매상이 1,000만 엔을 넘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2년을 넘어가면서 일본 온라인쇼핑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던 패션 상품을 파는 라쿠텐 입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월 매상 1억 엔 이상이 되는 업체를 흔히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전자상거래가 얼마나 일본인들의 생활에 깊게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특히 회원제 유료서비스인 ‘아마존 프리미엄(Amazon Premium)’ 같은 ‘익일 배송 서비스’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으니,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전자상거래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이 시기에 빅 3를 제외하고 주목할 곳이 ‘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란 회사다. 2004년 12월에 개시해서 지금은 연 매출 230억 엔에 회원 수 313만 명을 가졌다.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에서는 1%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하지만 라쿠텐과 야후, 아마존, DeNA 이후에 이렇다 할만한 성장을 한 업체가 없는 지금, 오직 의류 분야만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 번에 주식 상장까지 했다는 것으로 이 업체를 주목해서 볼만하다. 지금은 패션계의 라쿠텐, ‘조타운(ZoTown)’이라 불린다.
라쿠텐 (www.rakuten.co.jp)
시장점유율 28.8%(2012,▲) 취급고 1조 2천억 엔
연 매출 1,720억엔(2014년) 점포 수 41,945개 회원 9,193만 명
아마존재팬(www.amazon.co.jp)
시장점유율 12.4%(2012,▲) 취급고 1조 엔
연 매출 7,455억엔(2013년) 점포 수 16만 개
야후쇼핑(shopping.yahoo.co.jp)
시장점유율 6.2%(2012,▼) 점포 수 20,000개
프리미엄 유료회원(월 380엔) 987만 명
두 번째 변화. 모바일 커머스, 온·오프라인 연계
2013년 말 이후는 ‘리얼(Real)과의 연계시기’라고 부를 수 있다. 일본식 표현으로 리얼은 오프라인 매장을 의미한다. 새로 시작한 지 1년을 갓 넘었을 뿐이나, 그 이전과 구분할 수 있는 특징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시기의 키워드는 ‘모바일 커머스(Mobile Commerce)’와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스마트폰 이용률 및 보급률 – 일본경제상업성
먼저 모바일 커머스로 패션 제품을 파는 라쿠텐 상점의 경우, 대부분 모바일의 매출이 데스크톱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일찍부터 모바일을 강화했던 아마존이 라쿠텐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면서 트래픽으로 2위를 차지한 것을 봐도, 전자상거래에서 모바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분명하다.
다음으로 O2O는 업계에서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스마트 커머스(Smart Commerce)를 대비하면서, 기존의 매장과 상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중요한 콘셉트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CD, DVD, 서적 대여 및 판매 업계 1위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CCC를 살펴보자. 츠타야는 인센티브 포인트 카드인 ‘T포인트’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모으고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CCC는 고객 구매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을 통합한다. 또한, 오랜 기간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제품을 팔던 유수 유통 브랜드들도 모바일 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매장을 중심 판매 채널로 보고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매장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보조적인 개념에 불과했지만, 오프라인 쇼핑의 고객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점이 된 것이다. 이를 실천한 예시로 판파레몰(www.ponparemall.com)과 야마다전기(www.yamada-denki.jp)를 꼽을 수 있다.
노무라 증권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전자상거래시장은 매년 15~16%씩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 판매를 했던 빅 3 중심의 업계에서 2013년 말 이후 카테고리 특화형 독립 매장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다. 한국이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지나왔던 길을 일본이 그대로 걷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주목해서 볼만한 시장이다. 거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