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벤처기업의 주연배우들

현재 국내의 인터넷계를 주도하고 있는 인력들의 출신성분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이야기거리를 넘어선 교훈이 있다. 필자가 만나 본 다양한 인터넷기업의 주연배우들은 몇가지 분야로 출신성분이 정리되고, 그 배경 속에 제2막의 인터넷무대로 진출하려는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했지만, 한국 인터넷의 역사는 인터넷 벤처기업의 주역들에게 의해 한 구절씩 쓰여지고 있다. 지금은 그나마 1막이 끝나가고 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주연 배우들의 전직은 무엇이었을까,궁금하지 않은가?

인터넷 초창기,새로운 무대에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연기를 펼쳐보고자 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인터넷 기술자들이다.그 상업적인 성공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가상사회에 대한 열정을 품고 인터넷 신세계를 먼저 알아버린 순수파들. HTML이 상식이 된 지금은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 에이전트, 3D 등으로 끊임없는 신무기 개발에 밤잠을 설치지만, 비지니스라는 연기의 생명력이 약간은 부족한 배우들이다.

국내에서는 전산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을 전공한 공학도들과 국내 가전3사, 대형 SI업체, 솔루션업체의 핵심인력들이 일찌감치 인터넷 벤처창업의 선두에 섰다. 개발에 대한 외고집과 강한 프라이드는 높이 살만하나, 유연성과 거시적 안목의 부족으로 조연배우들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인터넷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 두가지, 네트워크와 정보. 이 두 단어에 가장 잘 들어맞는 직업이 있다. 소련연방의 붕괴와 한국의 외환위기를 가장 먼저 알아냈다는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바늘부터 미사일까지 전방위의 상거래 중계기능을 담당한다는 종합상사맨.

이들은 전자상거래의 선봉장을 자임하며 발빠른 행보로 시장을 선점하고, 인포미디어리를 몸소 실천하기위해 인터넷 벤처 창업에 기꺼이 동참한다.

상품구색을 맞추고, 살 사람 팔 사람을 불러모으고, 딜을 만들어내는데는 천재적인 그들이지만, 소비자라고 하는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처럼 열광적이지는 않다.

약장사처럼 떠벌리는 내용에 비해서는 알맹이 찾기 힘든 빈약한 연기이기 쉬워, 보다 믿음직한 조연배우들이 필요하다.

포탈이 팩키징화된 컨텐츠와 서비스로 가장 강력한 인터넷 미디어로 자리잡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전자상거래 인프라가 부족하고, 무료 컨텐츠가 당연시 되던 초창기부터 광고수익은 인터넷기업의 유일한 젖줄이었다.

시장과 소비자의 심리를 누구보다 먼저 읽고 미디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광고대행사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인터넷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놓칠 리 없다. 이들은 인터넷을 과학적인 도구로 포장해 광고주에게 호소하며, 새로운 방식의 광고와 이벤트, 경품의 홍수로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1막이 끝나는 지금, 광고전문가의 신물 나는 연기보다는 이름도 그럴듯한 ‘인터넷마케팅 전문가’의 세련되면서, 소비자의 가슴을 적시는 보이지 않는 전자상거래의 내면연기를 기대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사업계획을 ‘그림을 그린다’라고 표현한다. 인터넷시대에 누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평소에 그림을 잘 그렸던 사람들, 즉 대기업의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사람들과 작도법에 정통한 똘똘한 컨설턴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투자붐을 목격한 후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설계도의 높은 시장가치를 기회로 인터넷계에 진출한 사람들이다.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이들의 연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나, 완벽한 연기에서 느껴지는 왠지모를 허전함이 마음에 걸린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액션파 동료배우들의 협조연기가 꼭 필요한 배우들이다.

이외에도 주연을 자처하는 조연급 배우들이 꽤 있다. 산업사회부터 엉뚱한 사업아이디어를 내던 몽상가,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려는 실험적 예술가들, 투자로는 성이 안 차 곡괭이를 들고 스스로 금광을 찾아 나선 자본가들, 인류의 신문명을 개척해 보려는 인문주의자, 원래부터 인기분야만 찾아 다니는 연예인, 정경유착고리를 이용하려는 전직관료, 전문지식의 인터넷화를 꾀하는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이렇듯 인터넷 1막은 열정을 가진 모든 이에게 열려진 무대였다.

지금 몇몇 관객은 자리를 뜨고 있다. 아예 졸거나 야유를 보내는 이도 보인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대부분의 관객은 이 흥미진진하고 유용한 연극의 결말을 결코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2막을 준비하는 주역들에게 단순한 열정보다는 철학으로, 단독의 화려함보다는 조화로운 팀워크로 혼신의 연기를 다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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