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단상

온라인 커뮤니티가 수익을 낼 것인가?는 사실 15년 전부터 화두였다.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최초의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이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전설로 기억되는 THE WELL은 15년 전쯤에 이러한 질문을 투자자로부터 받아야 했다.

Well은 1984년 Whole Earth라는 전자 카다로그를 만들던 Stewart Brand와 NETI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Larry Brilliant가 만들었다.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전자식 회의 시스템이었다.

그 당시 Stewart Brand는 1976년 뉴저지 기술 연구소에서 개발한 EIES(Electronic Information Exchange System)의 가능성에 고무되어 있었다. EIES는 원격지에서 전자 회의와 리서치를 위해 고안된 소프트웨어였다.

그 당시 게시판이라는 것의 용도는 사업상 만나는 파트너들이 일시적으로 원격지에서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개발되던 때였다. Larry Brilliant와 Stewart Brand는 이것을 응용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돈을 벌고,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수익을 올린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결합이 그렇듯이 비즈니스 기회를 위해 만들어진 WELL은 몇 년 후 그 의도와는 다르게 수익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초기 Well 사용자들은 월 $8을 냈으며,추가 시간당 요금을 더 내야 했다.

Larry Brilliant와 Stewart Brand는 WELL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 회원 성장을 감안했을 때 3년 후 100만 불의 이익이 생긴다는 비즈니스 플랜을 투자자에게 제출했다.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으며 결국 1999년 4월,salon.com이 Well을 인수하게 된다.

WELL이 1985년에 탄생하였으니까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그 동안 온라인 세상은 아르파넷이라는 정부출자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넷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막대한 자금이 인터넷 기업들에게 몰리고 또 빠지는 드라마틱한 세월을 경험했다.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런데 요사이 필자는 그 옛날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리워진다.접속하기 위해 상당한 컴퓨터 지식이 있어야만 했고,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며,가명이 아닌 실명을 사용하고,느리고 시커먼 흑백화면을 서성거려야 했던 그 옛날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립다.

만약 내일부터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간당 돈을 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아니 내일부터는 온라인에 접속하려면 유닉스 쉘언어를 익혀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

community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한시간 동안 땀을 흘린 후에야 겨우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었다.순간 나는 미지의 세계에 도착하는 그런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WELL 의 초기 멤버들은 타임지의 편집장이나 유명 대학의 공학 박사,예술가들이었다.그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대학원 수업을 수료했으며 PC를 잘 다루고,대부분 남자이며 60년대 출생한 사람들이었다.게시판은 그야말로 수준 높은 정보의 공유창고였으며 수많은 사업 아이템들이 진지하게 오가는 곳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WELL을 인수한 salon.com도 WELL의 토론방에서 탄생하였던 것이다.

굳이 10~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1996년만 해도 그랬다.그 당시 9000명의 등록회원을 갖고 있던 Well은 EXAMINE지와의 인터뷰에서 AOL과 Well에 대한 비교 질문에 “AOL은 풋나기들이나 모이는 곳”으로 치부해 버릴 정도로 WELL의 토론방은 지적이며 날카롭고,비판적인 문화의 지류를 형성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왜,무슨 이유로 초기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렇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필자는 그 답을 ‘고객의 관계전환 부담’이라는 다소 딱딱한 말로 풀어 보고자 한다.‘고객의 관계전환 부담’이란 특정 커뮤니티를 탈퇴하거나 다른 커뮤니티로 옮기는데 있어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앞 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10년 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머물렀고,상당한 컴퓨터 지식을 갖추어야 했으며,적지 않은 이용료를 지불해야만 했다.쉽게 말하면 매우 어려운 고난을 이겨낸 후에야 비로소 온라인 커뮤니티에 합류할 자격이 주어졌던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결코 낭비하지 않는 법이다.힘겹게,그리고 비싼 비용을 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합류한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자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참가한 커뮤니티에서 탈퇴하게 된다면,그 사람의 심적인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마치 오랜 기간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도박으로 날려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만큼 전설 속에 등장하는 WELL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고객의 관계전환 부담이 매우 컸다.그렇기 때문에 허튼소리로 게시판을 물들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 객의 관계전환 부담을 높이는 두 번째 이유로는 그들만의 ‘사회적 통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각 방면의 전문가들로 모인 초기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들만이 느끼고 통하는 짜릿한 대화들이 오고 갔을 것이며 그것이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소재로 등장하게 되는 ‘사회적 통화’를 형성했던 것이다.

이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멤버가 되어야 했으며 이것은 다시 관계전환 부담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선순환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2000년 12월,오늘날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어떠한가?우리는 어떻게 고객의 관계전환 부담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200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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