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기업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잠재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청취자나 구독자를 보유한 TV 방송국이나, 신문사, 잡지사 등의 매체 사에 상당한 돈을 들고 찾아가 기업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해당 매체 사의 콘텐츠 함께 배포해야 했습니다.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잠재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광고라고 불리는 이런 방식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비히클이라고 당연히 받아드렸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인터넷의 탄생과 블로그 출현 같은 혁신적인 온라인 퍼블리싱 플랫폼의 출현과 확산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의해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동시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일어난 변화를 먼저 살펴보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에는 아래와 같이 광고를 통해 잠재고객은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취득하면서 구매의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 후에 잠재고객은 매장을 방문해서 직접 제품을 보거나 실제로 사용해보거나 매장 직원이나 영업담당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상세 정보를 얻고, 여러 매장을 돌아보거나 하면서 가격 및 구매 조건을 협상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후에는 구매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지속해서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구매 의사 결정에 활용하며 주변의 사람들과 나눕니다.
그러다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서 구매 의사결정이 위의 3단계에서 아래와 같이 변합니다.
광고와 매장 단계 사이에 ZMOT이라는 단계가 나타납니다. 이 ZMOT단계는 Zero Moment Of Truth라는 말의 앞 글짜만을 따서 구글이 만든 단어로 제품이나 브랜드가 고객과 첫 번째로 만나는 순간을 가르치던 FMOT (First Moment Of Truth)라는 단어를 변형하여 만든 조어입니다. 매장이나 영업 사원을 통해 잠재고객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직접적인 접점을 가지기 전에 이미 온라인을 통해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첫 번째 접점 이전에 고객들이 가지게 되는 제품과 브랜드와 접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구글은 ZMOT 컨셉을 발표하면서 고객들이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파악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여기를 보면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결정에 있어서 광고나 매장 이상으로 ZMOT 단계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2014년도에 아시아 국가별로 구매 의사결정에서의 ZMOT의 영향력을 조사하면서 각 단계에서의 미디어 접점을 조사해서 발표합니다. 아래 자료는 구글이 한국에서 2014년에 조사한 자료인데, 이 자료를 보면 잠재고객들이 ZMOT 단계에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구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매장에 가기 이전에 조사한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미디어 접점을 보면 검색엔진, 리뷰사이트, 제조사 웹사이트, 매장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이 포함됩니다.
이전에는 잠재고객이 될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광고만을 고려하면 되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포화상태까지 보급되고, 고객들이 광고 이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서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현 상황은 이제 기업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광고만이 아니라 고객들의 미디어 접점을 고려해서 다른 미디어들까지도 대응하지 않으면 광고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붓더라도 구매 이전 단계에서 합리적 구매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미디어에서 정보를 찾는 잠재고객의 관심을 경쟁기업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인터넷과 모바일의 보급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업들이 광고에만 매달려야 했던 기업들에 새로운 선택지를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고 해서 광고의 의미가 바로 약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광고가 구매 의사결정에서 갖는 영향력이 작아지고 대신에 기업의 홈페이지나 소셜 미디어와 같이 기업이 직접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은 확실합니다.
더욱이 첫 번째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가 시작된 1994년으로부터 23년이 흐르고 모버블타입이라는 블로그가 출현(2001년)한 지 16년이 지난 현재에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운영 비용이 크게 줄어, 기업 입장에서 웹사이트 운영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인 CMS가 많은 발전을 했으며, 거의 모든 선진화된 국가 대부분의 잠재고객들이 등록된 소셜미디어가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는 광고만을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유일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기업이 보유한 미디어를 통해 고객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인터넷이 생기기 이전에도 기업들은 사보 등의 형태로 미디어를 운영하였다고 말하는 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 내부나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일반 고객, 특히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객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던 기업에 인터넷의 탄생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의 비용 안에서 잠재고객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를 보유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극적인 미디어 환경의 변화 가운데 놓인 기업의 마케팅 진화를 바라보며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우리 마케터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의 테크 블로거인 톰 포렌스키(Tom Foremski)는 2004년에 EC=MC(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라는 공식과 함께 “이 세상의 모든 회사는 미디어 기업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알티미터 그룹의 미디어 분석가인 브라이언 솔리스(Brian Solis)는 “모든 브랜드는 퍼블리셔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런 말들이 지향하는 바가 “기업들이 광고만을 통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기업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는 한 축으로 급격하게 주목을 받는 온드미디어 마케팅은 아직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입니다. 새로운 기업 마케팅 방법론으로서 지속해서 발전되고 있는 온드미디어 마케팅의 정의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해갈 것이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를 내려본다면 기업이 콘텐츠의 내용을 100% 제어 할 수 있는 온들 미디어를 이용해서 “잠재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아하는, 유익한 컨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함으로써 잠재고객이 자발적으로 온드미디어를 반복적으로 방문하여 기업의 메시지를 소비하게 유도하여 (1) 기업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인지를 강화, (2)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3) 구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방법론의 체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희는 온드미디어 마케팅의 개념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며, 광고와 함께 온드미디어 마케팅을 병행하여 기존의 마케팅을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며, 고객과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인 마케팅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탐험하는 것이 이 책이 목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