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료에 의하면 2천2백만 개의 미국 회사 중에서 종업원이 한 명에서 세 명인 회사가 전체의 약 96%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4%정도의 회사가 약 일곱 명에서 12명 정도의 종업원을 가진 크기로 성장하고 매출 규모에서는 연간 일백 만 불 그러니까 한화로는 약 13억 정도의 매출 규모를 달성한다고 한다.
거기에서 또 약 0.4%정도의 기업이 종업원 수 약 40 명에서 70명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고, 250명 이상 800명 정도의 크기로 성장하는데 성공하는 회사는 기껏해야 약 2만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매출 규모가 5천만 불 이상이 되는 회사는 겨우 2천5백 개에 불구하고, 매출 규모가 5억불 이상이 되는 회사는 기껏해야 세계적으로도 500개 미만이라고 하니 한 회사가 시작되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다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요즘,테헤란로에 있는 식당이나 술집에 않아있다 보면, 옆 테이블에서 다른 인터넷 벤처 회사의 직원들이 “우사충정”의 맘으로 회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서로 토로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모두들 회사는 다르지만 이야기하는 문제의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참 재미있다.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대략 이렇다.“솔직히, 우리 회사는 정말 많이 변했다.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그 때는 문제가 있으면 사장이다 사원이다 할 것 없이 한 가족처럼 모여 밤을 새는 줄 모르고 답을 찾기 위해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이젠 사장님 얼굴보기도 어렵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회사에 돈도 좀 들어오니 모양새만 그럴듯해져 가고 비전을 향해 정열을 부어 넣던 벤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어려울 때부터 애써 일한 애들은 찬밥이 되고 어디서 가방 끈 긴 애들이 착착 위로 꽂히더니 그럴 듯한 말만 무성해지고 일 처리는 점점 늦어지는 그런 회사가 되어버렸다. 일 할 맛이 안 난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의 예는 독자들의 주위에서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 속에서 일절의 부정적인 감성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들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창업 초기 단계”를 벗어나서 “도약의 단계”로 접어들어가는 벤처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 지침이 있지 않을까?
“일이 너무 많아요, 사람들을 좀 더 뽑아야 해요” 라는 소리가 들리면 회사가 성장하다 보면 일은 이에 맞춰 많아지고 이에 따라 종업원의 수도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잠깐 “인원을 한 명 늘린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창업을 이제 막 시작한 사장님 한 분과 창업부터 같이 있던 팀장이 하나 있는 신생IT벤처 기업을 생각해보자.이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의 수는 사장님에서 팀장으로 팀장에서 사장님으로 총 2가지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새롭게 직원 1명(50%)이 늘어서 3명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3명의 직원간에 발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의 수는 300%가 증가한 6가지가 된다.
이처럼 직원의 수가 산술적으로 증가 해갈 경우 기업에게 “업무 처리 비용”을 발생시키는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대게 초기 20~30명일 때는 괜찮아 보이다가 50~80명이 되어가면 그 때는 경영자들도 조직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문제점이 크게 나타나기 시작한다.신생 인터넷 벤처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치명적인 생산성 저하” 즉 ‘성장 장애’에 봉착하는 것이다.
“한계 노동 생산성 체감의 법칙”이었던가? 이런 거창한 경제학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원 증가와 생산성 증가가 같이 가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회사들이 대부분 5년 이내에 망하고 살아 남더라도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지켜나가면서 큰 규모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에 10년 이내에는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린다는 것이 맨 앞에서 인용한 자료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메시지라면, “회사의 성장을 위해” 라는 명분으로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 유입해서 회사의 인원 수를 늘리면서 원래 기대했던 회사의 생산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진지한 구조적 해결책이 고민 되야 할 것이다.
성장기에 접어든 벤처 기업에게 “최적의 업무 구조: 서로 다른 쪽에 잘못의 원인을 넘길 수 없이 일할 수 있는 구조나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교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들은 대부분 최소한 ‘전자신문’의 일면은 아니라도 멋진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는 투자도 받고 좋은 직원도 뽑으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곧 코스닥에 간다느니 뭐니 장미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다가 이내 사라져버리거나 상장된 후에 별볼일 없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성장 장애’라는 암초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성장 장애의 극복 – 1% Vision과 99% Alignment
에디슨이 발명은 “1%의 영감(Inspiration)과 99%의 땀(Perspiration)”이라고 했던가?소규모 기업을 위한 기업 전략으로 저명한 Verne C. Harnish는 “Business Dynamics”에서 성장기에 접어든 회사가 ‘성장 장애’를 넘어서기 위해 비전과 사업 전략을 기획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침을 “1% Vision과 99% Alignment”라고 확언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의 경영진들이 좀더 멋있고 전략적이고 빈틈없는 전략을 세우고 싶어하고 이를 한마디로 표현할 멋있는 표현으로 정리된 Vision을 만들려고 밤을 새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비전을 만들고 임원진, 중간관리자, 그리고 팀장과 팀원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정도가 아니라 각 레벨의 성과 목표, 그리고 일정과도 ‘일일이 맞추어가는 고된 작업’(Alignment)의 멈춤 없는 진행이 중요하다.
Alignment를 위해서는 회사 전체가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사실 많은 회사에서 ‘비전’, ‘미션’, ‘오브젝티브’, ‘목표’, ‘목적’ 등의 단어가 장기, 단기와 섞여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특히 벤처 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특정한 단어의 어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영진의 비전이 효과적으로 직원들에게 전달돼서 ‘성장 장애’를 넘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훌륭한 Vision Statement와 전략 기획서의 작성에 투여 된 시간보다는 훨씬 더 많은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장기Vision을 어떻게 중기, 단기, 1년간의 목표로 그리고 분기별로 팀별로 개인별로 나누어 정리해서 전달하고 이를 어떻게 측정해서 성과 관리가 가능한 모습으로 만들어 낼 것인가에 쓰여져야 한다.
성공적인 Alignment를 위해서는 회사의 비전에 의해 정해진 회사의 1년 목표와 그 목표 하에 만들어진 각 팀의 목표와 분기별 목표가 정확히 서술 되야 하며 정해진 기간이 지나고 나서 반드시 측정 가능한 지표로 표현 되야 한다. 그래야만,경영진과 각 팀은 서로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Alignment를 위해서는 각 목표를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목표를 가지고 한 기간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즉 각 목표에 책임자가 있어야 하며, 그 책임자는 너무 많은 목표에 대해 한꺼번에 많은 책임을 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 말은 다시 말해서 꼭 이루어야 할 목표의 수를 제한하고 이 제한된 목표에 꼭 맞는 조직 형태를 취해야 성공적인 Alignment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대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오랜 동안의 경험을 통해 세련된 방식의 내부 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성장 장애’를 넘어선다.
회사의 비전을 회사 전체에 전달하고 이에 따라 각 팀과 부서가 성취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팀과 부서별 성과 측정과 각 개인의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측정의 결과를 다시 각 팀과 부서 그리고 개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Feedback 절차가 바로 이런 운영 시스템의 골격이다.이런 시스템은 결코 외부 컨설턴트들에 의해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된 GM도 한 때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자동차 시장에서 뛰어들어 포드와 같은 고참 자동차 회사들과 싸우던 여러 벤처들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창업자인 듀랜트는 향후 일본의 “게이레쓰”의 기반이 되는 원칙인 전체 ‘가치 체인의 원가 관리’라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는 부품 업자나 자동차 악세서리 업자들을 신차 구상단계에서부터 동참시켜서 완제품 제조 원가 전체를 하나의 원가 관리를 하듯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원래 시장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산업에서는 혁신적인 관리 방식이 필요하고 이런 방식은 혁신적인 경영자들에 의해 개발되는 것이며, 이런 관리 방식의 혁신이야 말로 창업단계의 회사를 성장단계를 거쳐 성공한 기업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된다.
인터넷은 네트워크 기술과 컴퓨터공학의 혁신이 가져온 새로운 산업이다.따라서 이 혁신적인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키려면 혁신적인 관리 시스템을 바로 인터넷 벤처 회사들의 현 경영진들이 개발해 내야 한다.
인터넷 벤처들의 현 경영진들이 직접 해내지 못하면 이 시장 밖의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는 말이다.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회사들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최소의 시간을 이제 막 채웠기 때문이다.
외부인들은 이 곳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우리들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나면 수년 후에 이 시장에 들어오는 우리들의 후배들은 조금은 쉽게 이런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다. 200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