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서비스의 공공성 회복 2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2013년 7월 12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검색 중립성이란 개념도 아직은 합의가 돼 법으로 규정된 원칙이 아닙니다. 초기 검색 서비스를 놓고 보면, 검색중립성 개념에서 보면 후발주자는 결코 1등을 이길 수 없습니다. 똑같은 검색어에 대해 A와 B 검색서비스가 서로 다른 결과를 맨 위에 보여준다면 둘 중 하나는 검색중립성을 해친 게 아니겠습니까? 모든 검색이 똑같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면 검색이 여러 개 있을 필요가 없겠죠.”

이하는 관련 기사를 보고 적어본 제 의견입니다.

A와 B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줘도 전혀 검색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죠. 이걸 누가 시비를 겁니까. 네이버도 네이버 나름대로 그냥 결과 보여주시면 됩니다. A와 B 검색서비스가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가지고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 결과의 질에 따라 검색이 선택을 받아야하는 것이 맞지요.

그런데 우리들이 네이버를 비난하는 것은 아래의 이유들 때문입니다. 첫째, 너무나 많은 인터넷 정보들이 네이버의 검색 결과에 애초부터 포함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글로 작성된 컨텐츠 임에도 너무나 많은 웹 페이지들이 크롤되고 인덱스 되지 않는다는 거죠. 크롤/인덱스도 안되는 컨텐츠가 많은데 어찌 그런 상태에서 만들어진 검색결과가 좋은 혹은 공정한 검색 결과라하겠습니까? 남의 컨텐츠를 읽어다가 비지니스하도록 허락한 데에는 분명 검색이 가진 공공성에 대한 사업자와 사회와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둘째, (1)광고, (2)카페, (3)뉴스, (4)지식인, (5)블로그, (6)웹 검색 등을 5개~ 씩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 웹 페이지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나오기는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다들 네이버 블로그나 네이버 카페를 좋아 하지 않더라도 이걸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을(적어도 쓰는게 유리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세째, 그리고 다른 검색들이 네이버의 다른 절대적인 위치의 서비스들을 크롤할 수 없게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엔 noindex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자기 블로그를 noindex라고 하겠다는 블로거가 누가 있을 까요? <meta name=”robots” content=”noindex,follow”/>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주기는 했는지요?

한국의 인터넷 유저들은 2000-2003년에 걸쳐 야후/라이코스/다음/네이버 중에서 네이버의 손을 들어 준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 때 한게임과 블로그와 지식인으로 기반으로 검색의 힘을 더 강화시키고, 또한 검색을 통해 블로그와 지식인을 더 강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컨텐츠의 문을 닫아서 다른 검색들이 네이버의 검색을 따라 올 수 없도록 막거나 불편하게 하고 있죠.

이건 불공정한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검색의 중립성이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김상헌 대표는 의도적으로 검색의 중립성을 검색 결과 페이지의 랭킹 결정에서 자사 컨텐츠와 외부 컨텐츠의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만 국한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검색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 하면서 논점이 위에서 제가 언급한 1, 2, 3으로 가는 것을 막고, 논란이 크지만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고 여차하면 양보해도 좋은 랭킹에 대한 중립성으로만 이야기를 몰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김상헌 대표의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이 분이 “검색 중립성”이란 말을 들을 때 이 말이 여러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랭킹 중립성만을 이야기 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분 주위에 검색 전문가들이 엄청나게 많기도 하거니와 이 분의 커리어가 단어 하나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법률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분이 이런 말도 하신 것 같습니다. “김상헌 대표는 검색 결과의 순위는 각 검색엔진이 판단해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일 뿐이며, 이용자 만족도로 평가해 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그는 간담회 내내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판단의 준거로 ‘소비자(이용자) 이익’을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 분이 “학문적 개념도 절정립되지 않은 ‘검색중립성’ 용어로 서비스를 비난할 게 아니라, 어떤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식이다.” 이란 말을 한 것 같은데, 이건 앞에서 내가 지적한대로 촛점이 랭킹 중립성에서 벗어나 불공정한 경쟁을 네이버가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로 논점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보인다는게 내 생각이다.

조선일보에 소개된 세계 포커 챔피언이 손자병법을 인용한 이야기인데, 네이버의 전략을 참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11/2013071103799.html?outlink=facebook
이는 ‘손자병법’의 허실(虛實)편에 나오는 ‘공격을 잘 하는 사람은 적이 어디를 지켜야 할지 모르게 하고(善攻者 敵不知其所守) 잘 방어하는 사람은 적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모르게 한다’(善守者 敵不知其所攻)

즉, 네이버는 철저하게 “잘 방어하는 사람은 적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모르게 한다”라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More from Danny
애드태크 도쿄 2015(ADTECH Tokyo 2015)로 풀어본 2016년 디지털 마케팅 트랜드
지난 2015년 12월 1일, 2일 도쿄 시내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유락죠에서 애드테크(ad:tech)가 열렸다....
Read More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9 − 8 =